최근 역대급 실적으로 직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하청기업 노조가 “차별을 개선해달라”며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도체 기업의 하청노조가 성과 배분을 놓고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반도체·부품 등을 운반하는 하청기업 피앤에스로지스 노동자들이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지난달 30일 원청 쪽에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김진수 금속노조 피앤에스로지스 지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 하이닉스 (원청) 직원들에겐 수억원의 성과급이 돌아간다”며 “반면 하청노동자에겐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이 지급됐다. 현장에서 우리도 같이 고생했는데, 너무 심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11년부터 회사의 연간 경영 실적에서 초과 이익분을 사업장 내 10여곳의 상주 협력사(하청)와 나누는 ‘상생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종의 ‘하청노동자 성과급’ 개념으로 원·하청 동반성장이라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하이닉스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상생장려금 액수는 별반 다르지 않자 하청노동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일감이 끊기는 등 원청의 눈치를 보느라 직접 나서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소수일 뿐, 현장의 반발은 상당히 크다고 한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원에 이어 올해 1분기 37조6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김 지회장은 “하청노동자들은 회사 사정이 좋을 땐 성과급에서 소외를 당하고, 좋지 않을 때에는 일감을 뺏기는 등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하청노동자를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교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의제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피앤에스로지스는 반도체 주요 소재인 웨이퍼, 반도체 가공용 고압가스와 부품 등을 운반한다. 하이닉스의 1차 협력업체로 이들은 업체의 정규직이다. 김 지회장은 “단순히 물품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상하차까지 한다”며 “청주와 이천 등 주요 하이닉스의 생산기지를 잇고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배차나 근무 지침 등 원청의 승인 없이 자발적으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씨제이(CJ)대한통운이나 편의점 씨유(CU)처럼 물류 부문에서 업무 지시 등 (원청과) 전속성이 강하면 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초과 이익 배분에 대해서도 “반도체라는 전략산업의 수익이 노사만의 결과는 아니지 않냐. 하이닉스·삼성전자는 생산에 함께 참여했던 주체들이나 사회와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