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편의점 씨유(CU) 화물노동자가 사망에 이른 극한 노사 갈등과 관련해 “본질적인 원인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전부터 문제였던 다단계 구조”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씨유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에 대해 ‘원청’이면서 ‘직접교섭’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에스비에스(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일부에서 ‘노란봉투법이 사람까지 잡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오히려 노란봉투법 취지가 현장에서 잘 실현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밝혔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대화가 거부됐고 사측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사태가 악화했다”며 “노조는 극한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런 참사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씨유와 화물노동자의 갈등은 ‘다단계 구조’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씨유는 ‘비지에프리테일→비지에프로지스→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다섯 단계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김 장관은 “운송사와 맨 끝단에 있는 화물노동자가 계약하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갈등이 잉태됐던 것”이라며 “이들이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 형태의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이지만,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장관은 “형식은 자영업자라도 실질에 있어 (원청에) 종속됐다면 노동자로 볼 수 있다. 판례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이 비지에프리테일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씨유를 향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나아가 다단계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며 “중간에 몇 단계를 끼워 넣어서 불필요한 비용도 발생하고 갈등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지에프로지스와 화물연대가 지난 22일부터 교섭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등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씨유 쪽은 이날 별도 자료를 내고 교섭에 대해 “가맹점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협의일뿐, 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화물연대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과 이민재 비지에프로지스 대표이사 명의로 ‘단일교섭을 진행한다’고 합의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화물연대는 지난 1월부터 씨유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일곱차례나 교구했으나 거부됐고,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20일엔 화물연대 조합원 서아무개씨가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참변이 일어났다.
한편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23일 서 조합원을 차로 들이받은 40대 비조합원 임아무개씨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효중 최상원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