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본래 금쪽같이 귀한 아이를 의미하는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관용적 표현이었으나, 현재는 도전적 행동을 하거나 발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비하하는 사회적 멸칭으로 변질되었습니다.’
104번째 어린이날, 애초 좋은 의미로 쓰였던 어린이를 둘러싼 표현들조차 차별과 혐오에 동원되는 일이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온라인에 등장한 ‘차별·혐오 표현 사전’ 누리집은 그 가운데 하나인 ‘금쪽이’의 쓰임이 변질한 과정을 꼼꼼히 짚는다. 육아 상담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래한 단어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전체를 이르는 부정적 낙인이 됐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멸칭으로까지 넓어졌다. 사전은 “아동은 실수를 통해 사회적 규칙을 학습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다. ‘금쪽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러운 미숙함을 조롱하고 교정이나 이해가 아닌 격리와 배척의 대상으로 타자화한다”며 아동이 느낄 소외감까지 재차 생각하게 한다.
차별·혐오 표현 사전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개방형 사전 프로젝트다. 출발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광장이었다. 소프트웨어 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황보현(24)씨가 만들었고, ‘우리는 서로를 구한다’, ‘전국벌레조아연합’ 등 다양한 깃발을 들고 광장에 섰던 시민들이 운영진으로 힘을 보탰다. 황씨는 4일 한겨레에 “발언자를 비롯한 광장 시민들의 평등한 집회 참여를 위해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말을 금지하는 ‘평등 수칙’에 감명받았다”며 “평등 수칙의 가치를 사회에서 실현하는 프로젝트를 해볼 기회라고 생각해 차별·혐오 표현 사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들이 광장을 넘어 현실에서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차별 표현부터 바로잡고 싶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등재된 단어는 12개 정도로 많지 않다. 시민이 차별·혐오 표현을 제보하면, 운영진이 △생명의 위계를 나누는 비인격적인 비유 △차별·적개심·폭력 선동 등 6가지 기준을 토대로 판단한 뒤, 다시 누리꾼들이 등재 여부를 투표하는 엄밀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사전에는 정의뿐 아니라 단어의 유래, 차별·혐오적 표현인 이유, 악용 사례, 대체어 등을 담는다. 금쪽이와 함께 자주 쓰이는 ‘○린이’의 경우 “아동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미숙한 존재로만 취급하는 연령주의적 차별을 사회 전반에 내면화”한다고 맥락을 설명했다. 황씨는 “지적을 한 이상 왜 우리가 쓰면 안 되는지 진정으로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써온 이들에게 설득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 상당 부분이 소수자의 취약함을 동원하는 만큼, 어린이 관련 표현만큼 많은 것이 장애인 관련 표현이다. 가령 ‘땡깡’은 일상에서 흔히 쓰지만, 뇌전증(옛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유래된 차별·혐오 표현인 점이 사전에 기록돼 있다. 장애인 비하 의미가 담긴 ‘결정장애’와 성 역할을 고정하는 ‘에겐-/테토-’ 등의 표현도 사전 등재를 위한 검토 과정에 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씨는 사전이 무엇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쓰이길 바랐다. 황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신조어나 혐오 표현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퍼지는 곳이 안타깝게도 초·중·고등학교라는 생각을 했다”며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혐오 표현 사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