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9일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쿠팡 미국 법인)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자, 쿠팡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건’ 조사 등을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문제 제기를 이어온 만큼, 이번 규제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쿠팡은 이날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어 “쿠팡아이엔씨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돼 있다”며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 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했다. 또한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씨(부사장)가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 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연인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쿠팡은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쿠팡의 행보는 앞서 동일인 지정을 두고 공정위와 이견을 보였던 다른 대기업들과 궤를 달리한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동일인으로 지정될 당시 지배력 판단 등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지만,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벌이지는 않았다. 쿠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동일인 지정의 법적 요건과 당국 재량 범위를 가르는 국내 첫 사법부 판례가 정립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있을 행정소송에서 쟁점은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김씨가 국내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에 준하는 보수와 대우를 받고, 회사의 주요 정책 논의와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그가 쿠팡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요건에서 벗어났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정부가 사실상 규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미 외교·안보 문제로 번진 쿠팡을 둘러싼 양국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쿠팡은 정부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압박을 이어온 바 있다. 협정에 따라 미국 투자자를 제3국보다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는데(최혜국 대우 의무), 동일인 지정은 쿠팡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쿠팡 쪽 주장이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