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위헌제청 등의 선고를 위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리점에 판매촉진비를 떠넘긴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리점법 조항을 과거 맺은 계약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부칙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부칙 2조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2015년 12월 제정된 대리점법에는 대리점에 경제상 이익 제공을 강요하는 공급업자에 대해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심판의 쟁점은 해당 조항의 적용 시점을 규정한 부칙 조항이었습니다.
법 제정 당시 최초 부칙 조항에는 '법 시행 후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그러자 장기 계약한 대리점은 대리점법 시행 이후도 수년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고, 형평성 지적과 함께 부칙 개정 목소리가 제기됐고, 2017년 10월 부칙 조항은 '법 시행 당시 체결된 계약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1월∼2017년 10월 전시매장 판매촉진행사를 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입점 대리점들에 부담하도록 강요한 A가구회사에 대해 2019년 11월 시정조치 및 과징금 처분을 했습니다.
A사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사건을 심리 중이던 서울고법은 개정 부칙이 과거 사실관계에 새 법을 적용하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해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존재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헌재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상 원칙적으로는 금지된다"면서도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에는 허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헌재는 기존 부칙 조항을 적용하면 대리점법 시행 몇 년이 지나도록 법을 적용받지 못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리점들이 생겨 이들을 조속히 구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 진정소급입법이 문제된 기간이 약 10개월에 불과해 그 기간 대리점법이 소급 적용된다고 해도 소급입법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재산적 손실은 경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의 예외로 할 만큼 심히 중대한 공익적 사유라고는 할 수 없다"며 개정 부칙이 당사자의 신뢰를 침해한 것으로 재산권에 상당한 손실이 가해졌다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