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장경태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준강제추행 혐의 사건에 대해 지난달 19일 검찰 송치 의견을 냈다. ‘경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수심위를 요청했던 장 의원은 무죄를 호소했지만, 수심위는 표결 끝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수사 착수 뒤 넉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던 경찰은 수심위 판단 일주일 만에 장 의원을 검찰에 넘겼다. 한 경찰청 수심위원은 “‘사회적 유력 인사 봐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수심위가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찰 외부 시민과 전문가들이 수사의 적정성·적법성을 심사하는 경찰 수심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 결정 이후 경찰에 중요 사건이 몰리는 상황에서,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경찰의 ‘수심위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수사를 검토하는 외부 통제 기구지만, 불투명하게 운영될 경우 민감한 사건 처리를 합리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 수심위 신청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1년 2131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6223건으로 2.9배가량 늘었다. 수심위 활동으로 보완·재수사·신속처리 등 조처가 이어진 사건 또한 2021년 274건에서 지난해 877건으로 3.2배 정도 늘어났다. 국가수사본부와 각 18개 시·도 경찰청에 설치된 수심위는 사건 관계자들의 신청이나 수사심의위원장, 각 시·도 청장 등의 직권 부의로 열린다.
경찰 내부에서는 장 의원 사건처럼 유력 인사를 직접 수사하는 상황에서, 특히 수심위 중요성이 커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장 의원 사건은 혐의 자체는 간단하지만 수사 지휘부로서는 결론을 내리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사안이었는데, 수심위가 활로를 뚫어준 면이 있다”며 “특히 시·도 청장들의 직권 부의로 수심위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심위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용될 경우, 민감한 사건 처리를 미루는 ‘꼼수’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수심위는 일반적으로 위원 명단이나 논의 내용을 비공개로 한다. 대법원이 2024년 11월 강원경찰청에 수심위 위원 명단 공개를 명령한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심의 규칙을 개정하는 데 그쳤다.
한 경찰청 수심위원은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청탁성 압력으로 공정한 심의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심의 결과가 나온 뒤에 당사자에게만이라도 위원 명단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