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철'을 피해 출퇴근하면 교통비를 돌려주는 정책이 추진되지만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지하철 4·7·9호선 및 김포골드라인 증차를 위해 2029년까지 국비 409억원을 지원하고, 혼잡 시간대를 피해 탑승하는 이용객에게 교통비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p) 상향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유연근무가 가능한 특정 직군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비용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 투트랙 전략
정부는 우선 즉각적인 혼잡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 공급량을 대폭 늘린다. 혼잡도가 높은 서울 시내버스 196개 노선의 운행 횟수를 늘리고 신분당선 등 주요 노선의 집중 배차를 시행한다. 만성적인 혼잡에 시달리는 지하철 4·7·9호선에는 국비를 투입해 열차를 추가 도입하고 무선통신 기반 열차제어시스템(CBTC)을 구축해 배차 간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용자의 자발적인 이동 시간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도 도입된다. 출근 전후 지정된 시차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기존보다 환급률을 최대 30%p 높여주는 인센티브 방안이 추진된다. 대중교통 이용객의 체감 혜택을 늘리는 동시에 특정 시간에 몰리는 수요를 완화하려는 취지다.
민간 참여 유도가 관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부문에 시차출퇴근제 30% 적용을 권고하고 향후 위기 단계에 따라 이를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도 성공의 핵심은 전체 근로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기업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강제적 의무화 대신 가이드라인 배포, 장려금 지급, 전문 컨설팅 지원 등 우회적인 지원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유연근무가 정착된 대기업이나 IT 직군의 경우 이미 혼잡 시간을 피하고 있어, 이번 정책이 새로운 수요 분산을 일으키기보다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도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시차출퇴근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군 격차'와 형평성 논란
정부의 환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제조·서비스업 및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출퇴근 시간 선택권이 없는 노동자들은 정책 수혜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 검토 과제로 포함된 '탄력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혼잡 시간대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간 선택권이 제한된 저임금·현장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교통비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혼잡 완화라는 공익 달성도 중요하지만, 직군과 소득에 따른 접근성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세밀한 추가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대책이 '혼잡 완화'라는 공익성과 '이용자 형평성'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직군별 접근성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한 추가 설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