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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가 다음달 상원 인준을 통과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에서 '워시 시대'의 개막은 단순히 의장 한 사람이 바뀌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가 알던 연준은 파월 의장의 퇴임과 함께 끝났다고 봐야 한다.
워시 지명자는 지난 21일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이 2021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동안 제로(0) 금리를 유지해 물가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방치했다"며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연준의 프레임워크는 고장났다"며 "연준에 필요한 것은 점진적인 조정이 아니라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체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레짐 체인지를 크게 4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PCE 물가지수가 실제 인플레이션의 흐름이나 방향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워시 지명자는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기저 인플레이션"이라며 물가 지표에서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극단적인 항목을 제외한 "절사 평균"(trimmed averages)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민간 및 공공 부문과 협력해 10억개의 가격 조사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 프로젝트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워시 지명자는 연준이 미래의 금리 경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을 오도하고 연준이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 공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가이드가 아니라 정직한 것이어야 한다"며 "6개월 뒤의 경제 경로를 아는 척하는 신탁 노릇을 중단하고 말을 줄이고 행동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신 FOMC 회의 자체는 아이디어들이 실시간으로 도전 받고 토론되는 "가족간의 싸움" 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연준이 내부적으로는 시끄럽고 외부적으로는 과묵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6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의 자산 매입과 보유는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일부에게만 혜택을 준다며 이 자산을 매각해 확보된 여력을 금리 인하로 돌려 대출이 필요한 기업과 가계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는 연준 독립성의 재정립이다. 워시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금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며 "독립성은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말을 들은 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연준이 독립성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준의 임무인 물가 안정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독립성은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결과를 통해 획득하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의 운영적 독립성은 필수적이지만 이는 정치적 고립이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의 집행에 관해서는 독립성을 유지하겠지만 국가 부채 관리에 있어서는 재무부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를 줄여 경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워시 지명자의 레짐 체인지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집중해왔던 시장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향후 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힌트가 대폭 줄어 단기적으로 시장에 혼란과 높은 변동성이 초래될 수도 있다.
반면 연준의 친절한 안내 없이도 시장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생하는 능력을 회복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이는 워시 체제의 달라진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얼마나 빨리 획득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재무부와의 협조가 행정부에 대한 종속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