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바이오텍 꿀꺽’…글로벌 빅파마, M&A로 동력 확보
이투데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암 신약과 차세대 플랫폼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유망 바이오텍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허 만료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연구개발(R&D)에만 의존하기보다, 검증된 기술을 가진 외부 기업을 인수합병(M&A)해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보강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최근 미국의 정밀 표적 항암제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 뉴베일런트(Nuvalent)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106억달러(16조2985억원)에 달한다. 뉴베일런트는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항암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차세대 물질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M&A를 통해 GSK는 뉴베일런트가 보유하고 있던 임상 단계의 표적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특히 ‘지데삼티닙’과 ‘넬라달킵’ 등은 차세대 비소세포 폐암(NSCLC) 치료제 후보물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치료제 및 희귀의약품 지위를 획득했다. 두 후보물질 모두 현재 FDA 허가 심사를 받고 있으며, 시장에 출시될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전이 환자와 내성 발생 문제에 대응할 치료 옵션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J&J) 역시 차세대 항암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M&A에 나섰다. J&J는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플랫폼 전문 바이오텍인 파이어플라이 바이오(Firefly Bio)를 인수했다. 인수 계약 규모는 약 10억달러(1조5383억원)로 결정됐다.
J&J가 이번 인수로 확보한 DAC 플랫폼 ‘파이어링크(Firelink)’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암세포 성장 신호에 관여하는 단백질 'KRAS'를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DAC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사하게 항체와 링커에 표적 세포에 약물(페로이드)를 탑재해 전달하지만, 세포독성 약물 대신 단백질분해제를 탑재한 구조다. 정상 세포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약물로 치료하지 못했던 표적에서도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일라이릴리는 감염병 및 백신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투자했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큐레보, 림마테크 바이오로직스, 백신 컴퍼니 등 감염병 및 백신 전문 기업 3개사를 연이어 인수했다. 총인수 규모는 약 38억3000만달러(5조885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큐레보는 한국 기업인 GC녹십자가 2017년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에 설립한 관계사다.
릴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차세대 백신 플랫폼 기술과 함께 유망한 감염병 파이프라인을 대거 흡수했다. 특히 큐레보의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 림마테크의 세균 병원균 백신 파이프라인, 백신 컴퍼니의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 백신 기술의 주요 자산으로 꼽힌다. 릴리는 FDA에서 바이오의약품 평가를 담당했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박사를 최근 감염병 책임자로 임명한 바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바이오텍 인수에 뛰어드는 이유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진입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독자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것은 빅파마들에게 R&D 실패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선택지”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 기업을 선점하는 것이 글로벌 빅파마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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