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당 안팎의 불출마 선언 요구에도 8·1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뜻을 밝히고 나서면서 여권 내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당내 반정청래 인사들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 대표 체제 연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연거푸 밝힌 터라 전대는 ‘명-청 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전대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는 것이 불가피해진 만큼, 경쟁이 사생결단식으로 전개될 우려도 제기된다.
적통 표방하는 정청래
이날 당대표직 사퇴와 함께 연임 도전이란 정면 돌파를 선택한 정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대상은 이른바 ‘올드 민주당’(전통 지지층)이다. 정 대표는 이날 마지막으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의 남북관계 개선, 정치개혁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평생 민주주의,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의 정신적 지주다”, “저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날 오후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 네분의 책이 전시되고 있어서 책 네권을 샀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피워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문 전 대통령이) ‘잘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적통을 자처하며 전통 지지층을 파고들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정 대표는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저는 그런 노무현이 좋았다”고 말하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정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김민석 총리의 과거를 조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러 2002년 대선 당시 김 총리가 민주당을 탈당해 노 전 대통령이 아닌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쪽에 섰던 일을 상기시키려 한단 뜻이다.
명-청 대결로 여권 분열 커질 듯
여권 안에선 정 대표의 출마로 ‘명-청 대결’이 불가피해진 만큼 계파 간 갈등이 확전일로를 걷게 될 거란 전망이 많다. 정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7분의 발언 시간 동안 ‘이재명’을 총 36회 언급하는 등 이 대통령 칭송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이러쿵저러쿵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저 정청래”라며 “이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운명공동체이자 한 몸 공동체다. 이 대통령과의 의리는 제가 끝까지 지킨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에도 김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이 정 대표 옆자리에서 “배에 선장이 둘일 수 없다. 집권여당 지도부는 대통령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쏘아붙이는 등 당내 갈등은 이어졌다. 정 대표도 “이재명 정부는 중도·실용을 주창하지만 한시도 개혁 과제를 멈출 수 없다. 개혁을 멈추면 미래 동력도 멈춘다”며 이 대통령보다 자신의 개혁 방향이 더 선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완수사권 문제에 관해 이 대통령은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정 대표는 당장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정 대표가 자신을 개혁의 상징으로 만들면서 대통령을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반개혁적인 것처럼 구도를 형성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송 ‘반정청래 연대’ 효과 낼까
정치권에선 다른 당권 주자인 김 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정 대표의 연임을 막기 위한 ‘반정청래’ 연대에 나설 거란 전망이 많다. 5선의 박지원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송 의원이 지난 18일 대통령 관저에서 한 이 대통령과 만찬 중에) 3자 구도로 가서 결국 김 총리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또 결선투표에서 모이는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얘기했다더라”며 “송 의원이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정도를 할 것으로 이해한 분들이 많았는데 최근 분위기는 (송 의원이) ‘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권 눈길이 쏠리는 곳은 호남이다.
권리당원의 30%가량이 밀집한 호남 당심은 민주당 전당대회 등 주요 당내 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된 요인이었다. 이에 대해 한 호남 지역 의원은 “(호남 표심은) 지금 비슷하게 나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다선 의원은 “전통 지지층은 이재명 정부 성공과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누가 더 적절한 당대표일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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