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화면 속 '좋아요' 숫자에 그날의 기분이 결정되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타인의 일상에 비추어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시대입니다. 2000년 전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 남긴 서늘한 꾸짖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죠.
찬사는 아름다움의 일부가 아니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쓴 일기로, 내면의 평화를 찾는 법을 담은 고전입니다. 덧없는 세상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정직하고 담담하게 삶을 살아갈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인데요.
이 책에서 아우렐리우스는 특히 '독립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그는 에메랄드나 황금, 한 송이 꽃은 누군가 찬사한다고 해서 더 아름다워지지도, 비난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훼손되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면 그 자체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라는 그의 질문은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관통하는데요. 황제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행위를 스스로 학대하는 일이라 규정하며,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외부의 박수가 아닌 '정의로운 성품과 내면의 평온'뿐임을 강조합니다.
'인생샷'이 결정하는 소비의 향방하지만 오늘날 경제 지표는 황제의 가르침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요. 최근 소비의 패러다임은 '필요'에서 '전시'로 급격하게 이동했습니다. 물건의 효용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떻게 보일지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소비가 주류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소셜 마케팅 플랫폼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 상당수가 SNS 게시를 목적으로 외출 장소나 소비 계획을 세운다고 답했습니다.
산업 현장 역시 이러한 현상에 맞춰 재편되고 있는데요. 카페와 레스토랑은 맛보다 '포토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전시와 팝업 스토어 또한 '촬영 동선'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관광지는 이제 '인생샷 명소'라는 타이틀이 붙어야만 수요가 창출되는 구조입니다.
내재 가치에 집중하라문제는 외부 평가에 삶의 기준을 맡길수록 우리의 소비와 삶이 타인의 시선에 종속된다는 점입니다. 타인의 반응이라는 변동성 높은 지표에 행복을 배팅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겠죠. 시장의 거품이 빠진 뒤 기업의 실적이 증명되듯, 개인의 삶 역시 타인의 찬사가 사라진 지점에서 비로소 그 내실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일을 안 할 수 있는 절제력을 갖는 것이 불굴의 정신"이라고 하는데요. 결국 SNS 속 타인의 시선을 위해 소비를 연출하고픈 유혹을 다스리는 것, 그리고 그 에너지를 자신의 '내재 가치'를 다지는 데 쏟는 것이야말로 변동성 높은 세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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