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에 이어 닛산까지 미국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면서 SK온의 북미 배터리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보조금 축소 등을 이유로 투자 속도를 늦추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확보한 대규모 공급계약도 재협의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닛산이 지난해 3월 체결한 약 15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둘러싸고 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는 2028년부터 2033년까지 6년간 총 99.4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닛산이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에서 추진하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하거나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면서 해당 계약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산은 당초 2028년부터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과 세단 2종 등 전기차 4종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전기차 수요 둔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전동화 전략의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계획이 바뀌면 배터리 공급 일정과 물량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일본 도쿄 지사 설립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온은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5월 초 도쿄 지사 설립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밟아왔다. 신설 지사는 닛산 등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ESS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닛산과의 북미 배터리 공급 계약이 재협의 국면에 들어가면서 일본 지사의 초기 역할과 사업 속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이 당장 취소된 것은 아니더라도, 닛산의 차량 생산 전략이 바뀐 만큼 공급 물량이나 일정이 재조정될 여지는 충분하다. SK온은 계약 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계약 물량 변동 사항은 없다”면서 “기존 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 도쿄 지사 설립 관련해서도 “5월 초를 목표로 원래대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