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등 산유국들이 다음달 원유 생산량을 예정보다 소폭 늘리기로 했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산유국들 수출길이 막혀 있어, 증산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더해 비회원국인 러시아 등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오펙플러스 7개국은 3일(현지시각) 화상 회의 뒤 성명을 내어 하루 18만8000배럴의 6월 증산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4월부터 3개월 연속 생산량 인상이다. 오펙플러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라크, 쿠웨이트, 알제리, 카자흐스탄, 러시아, 오만이 이날 회의에 참여했다.
다만 이번 증산으로 국제 유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펙플러스 모든 회원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인 3506만배럴(3월 기준)에 견주면 증산 폭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탓에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수출길도 여전히 막혀 있다. 로이터 통신은 걸프 국가 석유회사들을 인용해, 호르무즈해협 선박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물동량이 예전만큼 늘어나려면 최대 수개월이 걸릴 거라고 내다봤다. 생산 계획을 늘려도 세계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크게 늘지 않는 ‘서류상 증산’인 셈이다.
이번 조처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오펙 및 오펙플러스 탈퇴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감산 기조에 반발해, 이달부터 오펙에서 빠져나와 원유 생산 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오펙플러스가 소폭이나마 생산량을 늘려 기존 체제에서도 증산이 가능함을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호르헤 레온 리스타드에너지 지정학분석 책임자는 로이터에 “생산량은 서류상으로는 늘어나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 제약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유통량의) 배럴을 추가하는 문제라기보다, ‘오펙플러스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