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민 | 베다니마을뜨란채쉼터 공공근로
차디찬 한기를 머금은 공기가 소래산에서 조금 떨어진 경기 시흥시 베다니 마을을 감싸던 4월 중순, 어느덧 내가 이곳 노숙인들의 보금자리에서 지낸 지도 12개월째 접어들었다. 쉼터에서는 하루 삼시 세끼를 모두 챙겨주신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하루 세끼를 챙겨 먹었던 적은 열살에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까지, 그리고 9년간 아픔을 안고 있는 우리 남매를 사랑으로 키우신 할머니와 살던 시기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오면 돈을 왕창 벌고 싶다는 다짐과는 달리 세상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늘 어딘가 외롭고 마음속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내 안에 가득했다. 20년 동안 명절마다 달걀프라이 하나에 밥 비벼 먹으며 늘 혼자였던 독거 청년의 삶을 살았으니 멀쩡히 살아 있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렇게 삶의 풍파 속에 모든 걸 정리하고 동사무소를 통해서 베다니 마을로 오게 됐다.
공단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 회사에서 컨테이너 하차 작업을 하다가 겨울에는 비수기라서 이 알바도 못 하고 있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낼 무렵 희소식이 들려왔다. 1월에 시흥시청에서 매년 하는 지역 공공근로 사업이 있다. 상·하반기로 나눠 각각 지정된 근무처에서 지원자를 모집해 면접 뒤 합격자를 뽑는다. 공공근로는 처음이지만 마냥 놀 순 없었다. 내가 지원한 곳은 정왕동 중앙공원 청소부였다. 면접 경쟁률은 일자리마다 굉장히 치열했다. 지원자는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였고, 이 연령대 위주로 뽑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설 명절 이후 합격 문자가 왔다. 총 3개월 근무에 최저 시급이지만 4대 보험에 가입되고, 많지는 않지만 식대 지원도 있었다. 첫 출근 날은 시청에 들러서 계약서를 작성한 뒤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9시부터 4시까지 7시간 근무였다. 중앙공원 합격자는 나를 포함해 남자 두명, 여자 한명이었다. 첫날은 공원 관리 반장님이 포대와 집게를 주고 쓰레기를 주우며 공원을 둘러보라고 하셨다. 첫 주는 수월했는데 진짜 시작은 2주차였다.
2주차 월요일 아침 9시에 반장님 차를 타고 공단 안에 있는 희망공원에 도착했다. 희망공원은 매우 넓었는데 그곳에 쌓인 낙엽을 모두 청소해야 했다. 나무 아래 바닥, 풀밭, 공원 경계선 울타리 아래에는 켜켜이 쌓이다 못해 발목 깊이까지 낙엽이 쌓여 있었다. 갈퀴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낙엽을 긁어모은 다음 제설용 삽으로 퍼서 옛날 쌀 포대에 한가득 꾹꾹 눌러 담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1시간 작업하고 15분 휴식을 취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공원 면적은 약 3만8천평이었다. 낙엽을 담은 포대는 포대 입구를 잘 묶어서 공원 차량 짐칸에 실어야 했는데 포대당 족히 19㎏은 나가는 듯했다. 희망공원은 기존에 하시던 1년이나 9개월 계약 기간제분들도 같이 작업했는데 다들 50대 후반에서 60대분들이었다.
4주차에는 단순히 공원 청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쓰레기 줍기나 화장실 청소는 기본이고, 운동기구 작동 체크 뒤 수리, 벤치 페인트칠, 공원 배수로 청소, 나무 가지치기 등 여기에 내가 모르는 일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공원 청소하는 분들에게 악성 민원이 들어온다. 휴식 시간이라서 쉬고 있는데 민원인은 왜 청소 안 하고 쉬고 있느냐거나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청소부가 담배 피우면서 빨리 청소하게 나오라고 했다는 등의 민원도 많다. 곁에서 일해보면서 노고를 알기에 이런 민원 얘기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점심시간에 사무실에 모여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아버지 어머니 같은 모습을 느낀 적이 있다. 물론 난 열살 이후 부모님을 제대로 못 봤지만 이분들을 볼 때면 부모님이 이분들 연세이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어느새 찬 겨울은 새벽처럼 조용히 지나가고 점점 만개하는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 수선화 꽃이 공원과 조깅 트랙을 형형색색으로 색감을 입히고 있다. 이 공공근로 계약 기간은 총 3개월, 5월 말일 날 종료다. 그 이후엔 어떤 알바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시간을 무수히 머금은 마른 낙엽을 밟고 쓸면서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며 나와 함께 청소하는 공공근로 두분과 묵묵히 청소하시는 반장님과 기간제분들이 벚꽃과 같이 아름답게 만개한 날들로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소한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