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응급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한 30대 임신부가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결국 태아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28일 대구에서 임신부가 119 신고 4시간 뒤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쌍둥이 중 한명이 저산소증으로 숨진 지 두달 만에 또 일어난 비극이다.
지난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3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29주차 임신부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상급 의료기관 41곳에 상황을 전달했으나, ‘전문의와 신생아 병상 부재’를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했다. 이 임신부는 3시간30분 만에 헬기로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태아는 숨지고 말았다.
잇단 ‘병원 뺑뺑이’와 ‘태아 사망’ 사건은 산과 전문의 부족과 소아청소년과 등 배후 진료 인력 부재가 낳은 결과다.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조산아·저체중아·다태아 등 고위험 분만이 늘고 있는데도, 저출생과 낮은 의료수가, 24시간 당직과 고난도 수술, 소송 부담 등으로 산과 진료를 포기하는 병원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 충청권에도 권역모자의료센터 세곳이 있지만, 전문의 부재로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충북대병원은 산과 전문의 2명 중 1명이 연수를 가면서 전문의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10년이 걸리는 장기 대책이어서, 조기에 작동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분만 취약지에서는 필수의료 손실을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의료 준공영제’나 ‘공공산부인과’ 등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또 고의가 아닌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 산과를 떠나는 의료진을 되돌려 세울 필요도 있다.
지역 단위 ‘실시간 응급 이송 핫라인’ 구축도 시급하다. 최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인천의 ‘아이넷’이나 호남의 맞춤형 이송 체계가 효과를 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지역 응급의료기관 책임자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신속하게 이송 병원을 정하는 시스템이다. 큰 추가 부담 없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 극복을 외치면서 정작 임신부 뱃속에 있는 아이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누가 안심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응급 임산부가 어느 지역에 살든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응 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