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부담 회피를 위해 쏟아졌던 서울 아파트 ‘급매’가 대부분 소진되며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매물은 한 달 새 1만 건 가까이 줄었고 가격은 다시 상승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물 잠김 가능성이 거론되며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가 양도세 중과 시행 방침을 밝힌 이후 3월 21일 8만80건까지 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전날 기준 7만897건으로 1만 건 가까이 줄었다.
정부는 1월 말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9일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유예가 종료되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우선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는 30%p의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기본세율(6~45%)에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최고 실효세율은 82.5% 수준까지 올라간다.
때문에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2~3개월간 급매가 집중 출회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말 5만6000건대에서 2월 이후 꾸준히 증가해 7만~8만 건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최근 다시 7만 건 초반으로 줄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매물 소강과 맞물려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이후 둔화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16일 기준 전주 대비 0.05% 상승하며 보합권에 가까워졌으나, 3월 말부터는 오름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약세가 두드러졌던 강남권에서도 반등 신호가 감지된다. 4월 넷째 주 기준 서초구는 전주 대비 0.01% 오르며 10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송파구는 0.13% 올라 전주(0.07%)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강남구 역시 -0.06%에서 -0.02%로 낙폭이 축소됐다. 강남 3구는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 이후 2월 말부터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이어온 바 있다.
실거래가도 저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31억원대 급매 거래 이후 현재 32억~34억원 수준으로 매물이 형성돼 있다. 같은 지역 ‘리센츠’ 전용 84㎡도 저층은 29억~30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 중고층은 33억~35억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이나 재건축이 예정된 단지를 제외하면 거래는 제한적”이라며 “급한 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나머지는 가격을 유지하거나 팔리지 않으면 차라리 매도하지 않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했다면 계약을 마치지 않아도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나올 매물은 대부분 소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신고된 4월 계약 건수는 4544건으로 3월의 84% 수준이다.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 있어 4월 계약 건수가 3월을 웃돌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수는 3월 거래분이 지연 신고된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4월분이 반영되는 5월부터는 거래량이 줄고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양도세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심에 3월 초중순까지 급매 물량이 쏟아졌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9일이 지난 후에는 팔 이유가 없다”며 “따라서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도 유인이 약해져 거래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