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와 별개로 집행된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은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 사례로 평가된다.
3일 삼성에 따르면 고(故)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은 2021년 감염병 대응과 소아암·희귀질환 치료 지원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7000억원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다.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1000억원은 연구 인프라 확충 △1000억원은 연구 지원에 투입됐다.
핵심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이다.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150병상 규모로 조성되는 이 시설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단순 치료시설을 넘어 감염병 교육·훈련과 임상 연구 기능까지 수행하는 국가 거점 역할을 맡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과 함께 이 선대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감염병 치료 및 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나머지 재원은 연구 인프라와 임상시험 체계 구축에 쓰인다. 코로나19 당시 드러난 ‘임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 주도의 임상연구 기반이 강화되면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 속도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선대회장은 인간 존중과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철학에 기반해 생전 의료 분야의 사회 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그는 2010년 5월 사장단 회의에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고, 2013년 신년사에서는 “어려운 이웃, 그늘진 곳의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분야에도 3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선대회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어린이집 건립이었을 정도로 어린이를 위한 보육과 복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족들은 선대회장의 뜻이 후대에도 이어지도록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3000억원 중 △1500억원은 소아암 진단 및 치료 △600억원은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900억원은 공동임상연구 및 연구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이고 있다.
치료 지원과 함께 연구 인프라 구축까지 병행하면서 단기 지원을 넘어 장기 치료 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원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약 5년간 201개 기관, 1571명의 인력이 △연구 △진단 △진료 등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혜자는 2만8000여 명에 달한다. 단순 기부를 넘어 국가 의료 시스템을 보완하는 ‘보건안보 투자’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유족의 뜻깊은 기부는 감염병 치료 및 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 확충의 마중물이 돼 감염병 전주기적 대비 및 대응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감염병 관리체계를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