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1일로 예고한 총파업 시점이 3일 기준 3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사쪽과 노조를 넘어, 기업 내부와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분출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성과급 문제를 두고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요구한다. 연봉의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없애고,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산정되던 ‘깜깜이 성과급’을 영업이익 15%로 명문화하자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반도체 경쟁사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로 기본급 1000%였던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더욱 강경해졌다.
노조는 정당한 보상체계가 반도체 인재 유출의 핵심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노조 집회 뒤 “최근 4개월 동안 하이닉스로 이직한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며 “인재 유출을 막지 못하면 회사 경쟁력도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사쪽은 선제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주주 환원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노동자 성과급으로만 배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하이닉스는 메모리 전문기업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DS)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복합 사업 구조로, 성과 배분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반도체 부문 노조원 위주의 성과급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논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비반도체 부문 소속 조합원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신청이 늘고 있는데, 하루 평균 100건 미만에서 점차 늘어 지난달 29일 1000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 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다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완제품(DX) 부문은 영업이익이 3조원에 그쳤다. 특히 생활가전(DA) 부문은 계속된 적자에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국외 생산 거점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적 온도차에 노조가 특정 사업 부문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직역 간 갈등이 불거지는 셈이다.
생산부지·에너지·세제 등 다양한 공적 지원과 다양한 협력·하청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역사 때문에 성과급 논쟁은 기업 울타리를 넘어 공적인 논쟁으로도 비화되는 양상이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왜 (노조) 여러분의 협상 테이블엔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얘기는 없나”라며 “천문학적 이익을 두고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 솔직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파업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라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는데, 사흘 뒤 노조는 “국가 경제를 볼모로 반도체 노동자를 악마화해 여론을 선동한다”고 공개 반발한 바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