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독 생활: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라는 책을 침대에 앉아 읽고 있었습니다. 딸이 피식 웃었습니다. “딱 엄마 얘기네.”
.txt 팀에서 일하다 보니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습니다. 회사와 집 책상 주변에는 책이 항상 쌓여 갑니다. 그런 저를 보며 어떤 이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그 책들 다 읽을 거야? 어차피 다 읽지도 못할 텐데 공간만 차지하는 것 아냐?”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읽을 거예요. 언젠가…”라며 말꼬리를 흐리곤 하지요. 정리의 관점에서 보면, 제 행동은 무가치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적독 생활’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읽지 못할 책들을 쌓아 놓는 일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이 책은 책에 푹 빠져 버린 일본의 열정적인 독자들의 모임인 ‘타이키 라이토 핌’이 썼습니다. 책에서는 ‘츤도쿠’(적독)라는 용어를 소개하는데, 읽지도 않는 책을 집 안 가득 쌓아 두는 습관을 가리킵니다. 일본 사회의 모든 것이 변화했던 ‘메이지 유신’ 시절 만들어진 이 용어에는, 책과 책이 상징하는 것들에 기대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책은 적독 생활이 “사라지고 만 시대를 향한 애정이 깃든 지적 유산이자, 과거 및 전통과의 연결”이라고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또 자신이 모아 온 책을 응시하는 것을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때의 경험”으로 비유합니다. “아득히 멀고도 압도적인 존재를 향해 보내는 경외와 공경”이며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느끼면서도, 이 우주에 속해 있음을 알아차리며 마음이 고요해진다”고요.
이 구절들을 읽자니, 제가 책 곁에서,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느꼈던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것은 안정감과 경외감, 호기심 등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앞으로도 책을 제 곁에 쌓아 둘 것 같습니다. 다 읽지 못하겠지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