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 시사평론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 엑스(X) 게시물 중 본인 과거 이력과 관련된 내용이 화제가 됐다. 이른바 ‘조폭연루설’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언론사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이 대통령은 ‘조폭 뇌물 20억 수수설’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이런 판결이 나는데도 사과는커녕 추후 정정보도 하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조폭설만 아니었어도, 대장동 부패 조작만 아니었어도 대선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조폭설을 조작 유포했다면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논란은 2021년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발생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파 조직폭력배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돈다발 사진 2장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폭로는 당일 오후 바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조폭 출신 박철민씨가 제공한 그 사진은 사실은 2018년 사업으로 번 돈이라며 박씨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사진과 동일한 것이었다. 박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2024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이 선거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철민씨와 장영하 변호사의 ‘20억 수수설’ 조작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런데 과거 조직폭력단체 관련 의혹 자체가 보도 수위의 문제일 뿐 검증 보도할 수 없는 사안이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뇌물 수수 허위 폭로와 무관하게 한참 전부터 조폭과의 관계 의혹은 존재했다.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 국제마피아파 일부 조직원의 변론을 맡았고, 국제마피아파 출신이 운영한 회사가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에서 우수 중소기업상을 탔으며, 정치인인 그의 주변을 맴돈 일부 지지자 중에 조직원 출신이 있었다는 점 등이 조폭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 됐다. 물론, 이 대통령은 당시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단편적 사실을 끼워 맞춘 과장·왜곡이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일일이 반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입지전적인 정치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인 호남 태생도 아니었고 학생운동권도 아니었다. 이 대통령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지역정치를 하고 최정상에 선 정치인은 한국에선 처음이다. 도와주는 사람도 적고 어렵게 정치를 하다 보니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명나라를 건립한 주원장과 유사점이 있다. 중국 통일왕조 황제 중 평민 출신은 한 고조 유방과 명 태조 주원장뿐이다. 주원장은 17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탁발승이 되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홍건적에 합류한 뒤 빠르게 지휘관이 됐고 난세에 천하를 통일해 황제 자리에 올랐다. 성군으로 칭송받던 주원장은 과거사에 민감했다. 그는 탁발승(거지)이자 홍건적(도적)인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황제가 된 뒤 자신에게 올리는 문서에서 스님 승(僧), 빛날 광(光), 대머리 독(禿), 도둑 적(賊) 같은 글자를 못 쓰게 했다. 실수로 비슷한 단어를 사용했다가 억울하게 처형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조폭연루설’에 억울해하는 것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이해는 가지만 과유불급이다. ‘20억 수수설’ 주장은 상당수 언론이 팩트체크를 통해 당일날 조작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조폭 관련 의혹들은 ‘정치인 이재명’이 반박하며 지나왔던 과거다. 언론계 일부에선 대통령이 직접 특정 언론을 언급하며 사과나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반복된다면 유력 정치인에 대한 의혹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널리즘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그 과정이 완벽할 수는 없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적도 타당하지만 당시 맥락을 무시하고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도 위험하다.
일중독이었던 명 태조 주원장이 성군으로 칭송받은 이유는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백성의 살림살이를 더 낫게 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비극 작가 아가톤은 이렇게 말했다. “신에게도 오직 이것 한가지만은 허용되지 않으니, 그것은 이미 행해진 일을 행해지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현재를 개선하고 미래를 얘기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