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사이 K콘텐츠가 주류 산업으로 안착하면서 배우와 가수는 물론 매니지먼트사, 기획·제작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사 등 대중문화 산업 전반의 쟁송도 늘어나는 가운데, 법무법인(유한) 율촌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문희 변호사는 “알려지지 않고 정리된 사건이 더 많다”며 이 같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분쟁으로 가지 않고 해결할 방안이 있다고 하면, 의뢰인이 조금은 손해를 본다고 느끼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해도 일단 ‘양보하고 합의하시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터놓았다.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수습하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 상처를 생각하면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대중의 성원을 받는 직업을 둔 의뢰인일수록 냉정한 결단이 요구된다는, 숱한 실전으로 쌓아올린 지혜다.
그는 2014년 배우 이병헌 협박 사건을 맡으며 세간의 큰 관심을 받는 대중문화산업의 ‘위험 관리’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지난해 불거진 조진웅 사태를 ‘은퇴’ 방향으로 빠르게 수습하고 종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중문화 특성상 미투·학폭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하다. 그가 최근 대중에게 ‘인생작’으로 손꼽혔던 한 흥행드라마의 핵심 제작진 미투 사건을 물밑협상 끝에 합의로 이끈 것도 그런 맥락이다. 김 변호사는 “작품이 잘 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경우였다”면서 “두 달을 꼬박 매달려 극적으로 합의했고, 콘텐츠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잘 수행해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를 수료하며 변호사업계에 발을 들였다. 법무법인 율촌에 몸담은 9년(2007~2015년), 지평으로 옮겨간 10년(2015~2024년) 동안 SM 엔터테인먼트, LM 엔터테인먼트 등 소속사 측에서 소송과 자문을 맡아 등 굵직한 아이돌 전속계약 분쟁을 소화했다. 넷플릭스 흥행시리즈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감독의 학폭 의혹을 선제적으로 수습하며 ‘위험 관리’ 능력도 발휘했다. 2024년 율촌으로 돌아온 그는 미디어엔터팀 팀장을 맡아 현재 가수 더보이즈의 원헌드레드 상대 전속계약 갈등을 진화하고 있다.

대중문화 산업 부가가치가 커지고 개별 창작자나 예술가의 사회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대형화된 기획·제작사의 사업적 법률 문제나 유명 개인의 1인 법인 세금 문제 등이 새롭게 대두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때 1인 법인이 유행처럼 번졌던 데에는 ‘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는 직관적인 유인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요즘 유명인들은 단순히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등 여러 수익 활동을 하며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소속사와 본인 법인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계약을 정리해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성 있는 법률자문이 필요한 규모와 형태의 사건은 갈수록 늘어날 거란 얘기다.
그런 바탕에서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 건, 전문 변호사로서 획득한 가장 신뢰 있는 반응일 것이다. 김 변호사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이 업계는 계약서도 주먹구구식이라 분쟁이 많았고, 여자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의뢰인과 소통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험한 분들도 많았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업계가 산업화가 되는 흐름을 거치며 분위기가 조금씩 좋아졌고, 지적재산권을 비롯한 대중문화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었던 덕에 인적망을 형성하고 많은 일을 맡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가 손꼽은 ‘지속적인 관심’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젊은 변호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역량이다. “이 분야는 변호사들이 취급하는 업계 중에서도 여전히 문턱이 높고 내부자와 가까워지기도 쉽지 않다”면서 “막연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렵지만,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사를 비롯한 인하우스 법무팀을 통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넓게 열려있으니 이를 활용해 전문성을 쌓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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