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베트남이 제조업 중심 협력에서 인공지능(AI)과 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경제협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양국 정상과 주요 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한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70건이 넘는 협력 계약이 체결되며 ‘미래 산업 동맹’ 구축이 본격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으며 양국 정·재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서도 재무부·산업무역부 장관과 국영기업 수장들이 참여해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최태원 회장은 환영사에서 협력의 성격 변화를 분명히 했다. 그는 “베트남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며 “이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N.E.X.T.’ 전략이다. △첨단 인력 양성 △에너지 △AI 전환 △과학기술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기존 제조·수출 중심 협력에서 기술·인프라 기반 산업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구체적 방향으로 △고부가가치 투자·무역 △AI·첨단기술 △에너지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과 베트남의 젊은 인재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AI 협력을 강조했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실제 협력은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고, 대우건설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 공장 구축에 착수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신규 원전 협력에 나섰다.
전력 인프라 협력도 확대된다. 대한전선은 초고압 케이블 사업 협력을 추진하며 에너지 인프라 구축 수요 대응에 나섰다. 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양국 협력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총 70건 이상의 MOU와 계약이 체결됐다. 협력 분야는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원전 △이차전지 소재 △스마트시티 △금융 투자 등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포럼을 한·베 경제협력이 ‘생산기지-수출’ 구조에서 ‘기술·에너지 동맹’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와 전력 인프라를 축으로 산업 생태계를 공동 구축하는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