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자신의 ‘평북 구성시 북핵시설 발언’이 ‘정보 유출’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국민의힘에서 경질 요구까지 나오는 것에 대해 “구성이라는 지명은 뉴스에도 나왔는데 어떻게 그것이 기밀이냐”며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박인준 천도교 교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달을 보라고 했는데 지금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 달은 북핵 문제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고, 손가락은 지명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구성이라는 지명은 북도, 우리도, 미국도 알고 있다. 뉴스에 나온 것도 기밀이냐. 그러니까 이것은 지나친 정략”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아홉달 전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지금 시급한 것은 북핵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 시간에도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으냐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명을 언급한 것이다. 3월6일 외통위에서도 말했는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며 “과연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가. 백해무익하다”고 했다. 그는 “야당, 왜 그때는 가만있었느냐”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이날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을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며 대북정책에서 이견이 있는 외교안보라인 쪽을 에둘러 겨냥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미국이 대북 정보를 제한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다. 그게 국익인데, 왜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는 “뭐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 문제 해결에 미국과 보조를 중시하는 외교안보라인 쪽이 문제를 제기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지난 20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미 관계 위기설을 퍼뜨리는 일각의 행태가 걱정스럽다”면서도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 때문이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는 이날 발언은 사흘 전 발언보다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정 장관이 발언의 톤을 올린 것은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발언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인도 국빈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은 엑스(X)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정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장동혁 대표는 “탄핵 사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해임 건의안 제출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장관 해임 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발의할 수 있고,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가결되더라도 구속력이 없다. 이에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미 세상에 다 나와 있는 것을 다시 언급한 수준인데 안보적 자해행위를 하는 국민의힘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장예지 장나래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