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가 경영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하자, 재계에서 그 정당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과급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기존 판례와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의 배분 문제를 두고 생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중단이 국내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논쟁의 무게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투쟁결의대회에서 사측에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노조의 경영성과급이 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과거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OPI, 옛 PS)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성과 인센티브를 근로 성과의 사후적 정산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로 판단했으며,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거나 밀접한 관련이 없어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반으로 하는 성과급은 자본 비용,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점도 판결의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2025년 8월 판결에서도 “근무 실적과 연동되는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과거 판례에서도 경영성과급을 임금이 아닌 성과 분배로 보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산업 특성 측면에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노동 투입량 증가가 곧 생산성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공정 기술과 설비 투자, 장비 성능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술 집약 산업으로 노동의 기여도가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나노미터 단위 초미세 공정은 이미 인간의 물리적 노동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고 수백 단계의 공정이 정밀 장비와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된다. 노동 생산성 역시 개별 인력의 숙련도보다 장비 성능과 공정 완성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한 이익 배분 요구가 산업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기술 축적의 결과물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근 공지를 통해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존중하지만 안전보호시설에 관여하는 직원들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인원은 12만80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중 약 5% 수준에 불과하다.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운영은 노동조합법이 정한 법적 의무인 만큼, 쟁의행위 중에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만큼,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주요 산업에서 공급 병목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위법 쟁의행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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