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전국 최대 지방경찰청인 서울경찰청의 수사 지휘부를 전면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각종 주요 수사에 대한 ‘늑장 수사’로 경찰 수사력이 도마 위에 오르자 지휘부 교체에 나선 모양새지만, 인수인계로 기존 수사가 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7일 서울경찰청의 수사부장을 교체하고 공석이었던 광역수사단장과 안보수사부장을 채우는 경무관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석이었던 광역수사단장과 안보수사부장에 각각 박찬우·최은정 경무관이 임명됐고, 수사부장은 오승진 경무관으로 교체됐다.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주요 수사를 총괄 지휘해온 최종상 경무관은 과거 총경급에서 올해 경무관급 관서로 변경된 파주경찰서장으로 발령이 났다. 최 경무관은 지난해 10월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번 인사는 서울청의 주요 사건 처리가 이례적으로 늦어지면서 경찰 수사력 논란이 불거진 데에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무소속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7개월 넘게 수사 중이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말 시작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는 지난해 말부터 법리 검토 단계에서 멈춰 섰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산업재해 은폐’ 의혹 역시 86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석달 넘게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 사건들의 수사 기간은 경찰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인 54.4일(지난해 8월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광역수사단장과 안보수사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주요 수사가 서울청에 몰리면서 수사 과부하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로 핵심 보직이 ‘수사통’으로 채워진 만큼, 수사 동력을 회복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휘라인이 반년 만에 새로 꾸려지면서 인수인계 등으로 수사가 또다시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기 의원 관련 사건의 경우 수사 착수 이후 서울청 수사부장만 두차례 교체됐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이렇게 미적대는 모습을 보이면 권력 눈치 보기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서둘러 내 수사 역량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