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천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났다. 지표상으로는 14만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교섭을 요구하는 등 외견상 제도가 안착하는 듯 보이지만, 현장의 원청 기업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특히 개정 노조법 제2조에 따른 사용자성 확대와 맞물려, 하청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심판 결과가 사안마다 엇갈리면서 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예측 불가능한 사법적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청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면했을 때 '누구와 어떻게 교섭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의 핵심 쟁점이 바로 노조법 제29조의3에 규정된 '교섭단위 분리' 제도다. 최근 노동위원회의 판정 경향을 살펴보면, 원·하청 근로자 간 임금 체계나 작업 환경 등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입증되거나 직무의 독립성이 명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인용하고 있다.
반면 과거부터 하나의 사업장에서 원·하청이 통합되어 교섭해 온 관행이 존재하거나 하청노조의 특성이 기존 교섭단위에 병합되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분리 신청을 엄격하게 기각하는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상이한 법리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노동위원회의 심판 결과가 엇갈린다는 것은 기업이 사전에 치밀한 법리적 검토 없이 사태를 관망할 경우 추후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기업의 의도와 다르게 교섭단위 분리가 인용될 경우 다수의 하청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 테이블을 차려야 하는 막대한 행정적 비용과 경영상 혼선이 발생한다. 반대로 분리가 기각되어 거대한 단일 창구로 묶일 경우 하청노조 연대 파업 등 쟁의행위의 파급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즉, 판정의 방향과 무관하게 기업이 마주할 경우의 수는 모두 중대한 노무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청 기업은 지표상에 나타난 정부의 낙관론에 기대어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 기업의 대응 전략은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사에 유리한 교섭 구도를 설정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객관적인 소명 논리'를 구축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와 인사 부서는 서류 검토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여 재설계해야 한다. 우선 근로조건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요소로서 작업 공간이나 동선, 휴게시설 이용 시간 등을 분리하는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쟁점이 되기 쉬운 원청의 직접 지시 정황을 최소화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 등을 통한 우발적인 현장 업무 지시를 지양하고, 원·하청 소통 지침을 마련해 구성원들에게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가상의 교섭 요구 상황을 상정하여 자사의 대응 논리를 사전에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실무적인 지침을 정비하고 예상되는 맹점을 미리 보완해 두는 것이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 기업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