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꺼져” “협회 해산” 홍 감독과 협회를 향한 분노로 새벽, 공항이 들썩였다
한겨레
“홍명보 나가”라는 말도 성난 팬들을 위로하지 못했다. “홍명보는 이미 나갔으니, ‘홍명보 꺼져’라고 합시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그날 그곳에선 일제히 “홍명보 꺼져”가 울려 퍼졌다.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두번째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을 순간과 맞닥뜨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물으려는 듯, 이날 수많은 축구팬과 유튜버 등이 모여들었다. 홍 감독은 조현우, 이강인, 김민재 등 일부 태극전사와 함께 미국 애틀랜타를 거쳐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선수들은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공항에는 홍 감독 도착 두어 시간 전부터 축구 팬과 유튜버 그리고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 등이 현장에 투입됐다. 홍 감독은 귀국 행사나 미디어 인터뷰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 뒤 귀국했을 때처럼 그에게 엿 등을 던지는 이들은 없었으나, 그보다 더 아플 ‘뾰족한 말’들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꺼져” “20억 토해내라” “홍명보, 돈 뱉고 나가” “한국 축구는 죽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축구팬은 “감독 선임 과정 등에서 여러 석연찮은 일이 있어서 홍 감독과 축구협회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월드컵이니 응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아공(3차전)과 경기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경기력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공항에 왔다. 하지만 그냥 가는 것을 보니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공항에 모인 이들의 분노는 오직 홍 감독과 축구협회로 향했다. 홍 감독과 함께 나온 선수들에게는 “이강인 고생했다” “힘내라”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들은 대표팀 도착 전부터 “선수들은 욕하지 맙시다. 선수들은 응원해줍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축구팬은 “손흥민이 마지막일지도 모를 월드컵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축구협회는 싹 다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감독과 선수들이 도착하고 30~40분이 지난 뒤, 공항이 다시 술렁였다. 월드컵 전 사임 의사를 밝혔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빠르게 지나갔다. 그가 홍 감독 일행과 함께 귀국했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정리하던 축구팬들은 다시 외쳤다. “정몽규 나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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