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한국 유망주에 대한 관심이 역대급이다.
시작은 올해 상반기 투·타 통틀어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광주일고 우완 에이스 박찬민(18)이었다. 박찬민은 지난달 24일 MLB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20만 5000달러(약 18억 원) 국제 아마추어 계약에 합의했다.
두 번째는 다소 의외였다. 올해 1월만 해도 KBO 잔류 의지가 굳건해 보였던 덕수고 내야수 엄준상(18)이 지난 17일 NL 서부지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150만 달러(약 23억 원) 계약을 체결한 것. 엄준상은 애리조나의 꾸준하고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에 마음이 흔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올해 9월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빅3로 분류되던 서울고 김지우(18)가 지난 22일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김지우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50만 달러 오퍼를 최종 거절했다. 가장 최근 들린 소식이 놀랍다. 이미 지난달 29일 국내 잔류를 선언한 부산고 하현승(18)이 AL 동부지구 뉴욕 양키스에 기존에 알려진 230만 달러(약 35억 원)보다 상향된 규모의 오퍼를 제시받았다는 것.
스타뉴스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부산고 관계자에 확인 결과, 양키스는 하현승이 국내 잔류를 선언했음에도, 지난 8일 대전에서 열린 고교-대학 올스타전 직후 250만 달러(약 38억 원) 이상의 계약을 수정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금액만 올린 것이 아니라 하현승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그뿐 아니라 현재 KBO 1라운드 지명 후보 한두 명을 두고 몇몇 MLB 구단이 여전히 계약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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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MLB 구단들이 한국 유망주들에게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올해 12월 열릴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의 단체협약(CBA) 미팅이 꼽힌다. 최근 ESPN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MLB 사무국은 매년 아마추어 계약금 규모를 1억 5000만 달러(약 2300억 원) 이상 삭감하고 미국 외 지역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드래프트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 포함 해외 유망주들의 계약 가능 연력을 현행 16세에서 18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MLB 사무국이 추진하는 대학야구 활성화 계획과 맞물려 있다. MLB 사무국은 국제계약 유망주들의 성공 확률이 저조한 이유로 아직 신체적, 정신적 성장도 이뤄지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입성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MLB 구단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12월 1일에 CBA 협상이 진행된다. 락아웃(직장폐쇄)도 예상되는데 내년부터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 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도 예산을 끌어다 계약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무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구단이 일단 올해 가진 국제계약 머니를 다 쓰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MLB 스카우트 B는 "CBA 협상 때문에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 제도가 바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판단은 시기상조다. 우리 팀도 일단은 내년도 생각해 2학년, 3학년도 폭넓게 보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 해도 잇따른 20억~30억 원 사이 화끈한 투자는 놀라운 것이 사실. 여기엔 코로나 19 이후 관심도가 급상승한 한국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올해 1월 이정후(28)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래리 배어 CEO 포함 구단 마케팅팀 전원과 일주일간 머물며 한국 기업들과 업무 미팅을 진행했다.
이들 뿐 아니라 몇몇 MLB 구단은 최근 몇 년간 직접 부사장, 부단장급 고위 관계자를 한국에 직접 파견해 아마추어 선수 계약과 업무 협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028년 라스베이거스에 연고지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애슬레틱스가 대표적이다. 애슬레틱스는 과거 김도영(23·KIA 타이거즈), 박준현(20·키움 히어로즈) 등 여러 톱급 유망주의 영입을 추진했던 구단이다.
MLB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C는 "애슬레틱스가 한국 유망주 영입에 관심이 큰 걸로 알고 있다. 2028년 새 구장 개장과 함께 시작할 유망주를 찾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에도 부단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봤다. 한국 투자자들과 협상도 진행하면서 유망주들의 미국 적응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올해 한국 유망주들이 대만, 중남미 유망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야구 유망주들의 감소와 질적 저하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또 다른 MLB 스카우트 D는 "올해 한국 선수들이 때가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대만이나 중남미 쪽도 보고 있지만, 마땅한 선수가 없는 건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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