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사용 방치하고 171억원은 못 쓰고…결식아동 급식 카드 관리 구멍
한겨레
ㄱ씨는 중학생 자녀에게 발급된 결식아동 급식카드로 자신이 운영하는 분식점에서 2022년부터 지난 4월까지 한번에 일일 사용 한도인 3만원씩 허위 결제해 급식비 전액인 총 1295만원을 빼돌렸다.
ㄴ씨는 일반마트에서 초등학생 자녀의 급식카드로 구매 불가 품목인 세제, 휴지 등과 함께 담배를 구매하며 총 27만원을 썼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과 보건복지부는 24일 합동으로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은 적발 사례를 공개했다. 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8살 미만 취약계층 아동의 결식 예방과 영양 개선을 위해 지방정부가 발급하는 카드다. 지난해 기준 지원 대상은 27만3천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5만명이 급식카드를 이용했다. 지난해 1~8월 전체 결제 금액은 2096억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적정 업종 결제와 허위 결제 등 부정 사용이 다수 확인됐다. 특히 지방정부 182곳의 지난해 1~8월 사용 내역을 분석해보니 식사와 관련성이 낮은 업종에서 결제된 금액은 약 12억5천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카페 결제가 약 1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학원·병원·미용실 등 생활시설에서 약 1억4천만원, 술집에서 약 700만원, 피시방, 만화방 등 오락시설에서 약 500만원이 결제됐다. 별도로 정부가 17개 시도에서 각각 1개 시·군·구를 골라 표본 조사한 결과 서울·인천·부산·광주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는 급식카드로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내역이 확인됐다.
ㄱ씨의 사례처럼 부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자녀의 카드를 허위 결제한 사례는 모두 55명, 약 1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부모는 마트 주인에게 카드를 맡긴 뒤 매일 한도액만큼 허위 결제하고, 실제로는 세제·휴지 등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받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한편에선 부정 사용이 이뤄지는데 정작 지원 대상 아동들이 사용하지 못해 소멸한 급식비는 2024년 기준 연 1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충전액 2천207억원의 7.8%다. 충전된 급식비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도 4811개였다. 정부는 카드 사용에 따른 낙인감과 사용 방법에 대한 안내 부족 등을 미사용 원인으로 꼽았다.
관리 체계의 허점은 급식 카드 발급과 지원 대상자 자격 관리에서도 드러났다. 일부 지방정부는 지원 대상 아동을 복지정보 통합시스템인 ‘행복이음’에 등록하지 않고 별도의 카드 발급 시스템으로만 관리했다. 이 때문에 아동이 학대로 보호시설에 입소한 뒤에도 부모가 급식카드를 계속 사용한다거나(14명, 약 550만원), 아동이 사망한 뒤에도 부모가 식사하는 데 사용(1명, 61만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정부에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할 계획이다. 현재 편의점에 적용되는 술·담배 등 금지 품목 결제 차단 시스템을 일반 마트까지 확대하고 술집 등 급식 목적에 맞지 않는 업종은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장기간 미사용 가구에는 잔액을 알리고, 시설 입소나 사망 등 자격 변동이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행복이음 시스템도 연내 개선할 방침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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