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금융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생물다양성 훼손과 공급망 리스크까지 금융·산업 정책에 반영되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지속가능금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 등 관련 규제가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크 플리스 주한 룩셈부르크 대사는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전략포럼(GSSF)’ 기조연설에서 “과거 지속가능금융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이제는 자연과 생태계 문제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생태계 훼손은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재무적·전략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플리스 대사는 최근 글로벌 금융권에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와 LEAP 프레임워크 등을 중심으로 자연 리스크를 투자와 리스크 관리 체계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위험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해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며 “지속가능금융 역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 정책 변화도 소개됐다. 플리스 대사는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등을 언급하며 “과거 구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실질과 검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그린워싱 규제 역시 보다 엄격해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이 어려운 만큼 민간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플리스 대사는 “현재 연간 약 4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자금 공백이 존재한다”며 “공공 자금은 단순 분배가 아니라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터 반 하툼 주한 EU대표부 공사참사관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기후 대응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EU는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공공 정책 전반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EU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 하툼 공사참사관은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배터리와 자동차, 전자제품 등은 순환경제와 기후중립 기준에 부합해야 유럽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혁신 역량이 뛰어난 만큼 지속가능성 전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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