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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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어스'에서 한타바이러스에 8명이 감염돼 3명이 사망하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한다. 각국이 이 배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이 선박엔 감염자 5명을 포함, 승객·승무원 140여명이 시신 3구와 함께 한 달 넘게 배에 갇힌 채 불안에 떨고 있다. 과연 이 바이러스는 얼마나 위험하고, 향후 확산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크루즈선 'MV 혼디어스'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일종인 '안데스(Andes)' 바이러스로, 밀접하고 장기적인 접촉을 통한 인간 간의 제한적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종"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심각한 사안이고 잠복기를 고려할 때 추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WHO는 공중보건 위험도를 낮음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이 배는 23개국에서 온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을 태우고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 대륙 본토, 사우스조지아섬, 나이팅게일섬 등을 거쳐 대서양을 항해했다. 출항 6일째(지난달 6일)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열·두통·설사 증세를 호소했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다가 닷새 뒤 사망했다.
이후 69세인 그의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긴급 후송되던 중 증상이 나빠졌고, 결국 지난달 26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 배에 탔던 독일 여성도 지난달 28일부터 폐렴 증상을 겪다가 닷새 뒤인 지난 2일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8일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례는 한타바이러스 중에서도 안데스바이러스에 의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으로, 주로 남미(아르헨티나·칠레) 지역에서 발생한다"며 "주요 매개체인 설치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되며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으로 사람간 전파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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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의 일반적인 잠복기는 1~2주이며 최대 6주간 잠복할 수 있다. 감염 초기엔 감기와 비슷한 증상(발열·근육통·두통·오한 등)으로 시작하다가 급격한 호흡곤란, 폐부종, 심장기능 저하, 급성 신부전 등으로 나빠질 수 있다. 치명률은 20~35%에 달한다. 현재 승인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백신이 없어 보존적 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한타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분변·타액에 노출될 때 전파되고, 사람 간 전파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례와 관련해 WHO는 현재 매우 가까운 접촉자 사이에서 전파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WHO는 "배 안에서 쥐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으며, 일반 대중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 정희진 센터장은 "크루즈선은 밀폐된 환경에서 장기간 승선한 사람들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어 한 번 감염병이 발생하면 확산 위험이 크다"며 "첫 환자가 승선 이전에 남미 지역을 여행했는데, 남미에서는 드물지만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고 있어 여행 중 설치류의 분변에 오염된 환경과 접촉해 감염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타바이러스가 아시아·유럽에서 일으키는 '신증후군 출혈열' , 북남미 지역에서의 '폐증후군' 모두 중등증 이상의 위중도를 보인다. 특히 '폐증후군'의 경우 치명률이 50%에 달한다. 현재까지 특이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으며, 산소 치료 등 조기 보조치료나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가 예후 개선에 도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보다 환자발생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 러시아와 함께 '신증후군 출혈열'과 같은 한타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속하고 있어 군인들과 농부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현재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의 접종 스케줄이 매우 복잡하고 지속력이 짧아, 북남미의 '폐증후군'까지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범용 백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 센터장은 "국제 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는 해외 감염병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사람 간 전파가 제한적인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감염된 설치류의 분비물의 오염된 환경에 대한 노출 위험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환경(숲·들판·농장 등)에서 활동 후 열이 나면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청 임승관 청장은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했다"며 "아르헨티나·칠레 등 남미 지역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여행 중인 경우 설치류와 접촉하지 말고, 쥐 배설물이 있을 만한 폐쇄된 공간은 방문을 자제할 것,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해당 지역에서 귀국한 후에 △발열 △호흡곤란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진료 시 해외 여행력을 의료진에게 알리며, 필요한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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