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 7500을 돌파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지만 소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가 상승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아직 미국이나 유럽만큼 기꺼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는 약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주식 투자로 1만 원을 벌었을 경우 이를 소비로 쓰는 금액은 고작 130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는 자본이득의 3~4%를 소비로 전환하는 유럽ㆍ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한은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처한 구조적인 한계를 꼽는다. 가장 먼저 가계의 주식 자산 투자 저변이 협소하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로 집계됐다. 이 또한 미국(256%)이나 유럽 주요국(184%)에 비해 턱없이 낮다.
주식 자산이 주로 고소득·고자산층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이미 소비가 충분한 고소득층의 경우 주가가 올라도 소비를 더 늘릴 유인이 적다"면서 "주식 시장 훈풍이 실물 경제까지 전달되기에는 '투자자 구성 편중' 현상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코스피가 글로벌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24년 말 대비 75.6%나 폭등하면서 가계가 벌어들인 주식 자본이득은 과거 평균의 22배인 429조 원에 달했다. 이 시기 투자계층도 다변화됐다. 청년층 비중은 2019년과 비교해 5.5%포인트(p) 늘었고, 중·저소득층 비중도 2.2%p 증가했다. 이들은 자산 상승 시 소비로 전환하는 성향이 강해 향후 우리 경제 전체의 소비 활력을 끌어올릴 핵심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주식 투자가 급증한 만큼 주가 하락 시 발생하는 ‘역(逆)자산효과’ 파괴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근 급증한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는 자산 가격 하락 시 채무 부담을 급격히 키워 경기 하락을 증폭시킬 ‘시한폭탄’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한은은 주식시장이 가계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 기반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주식으로 번 돈이 다시 부동산 투기로 흘러 들어가는 ‘부의 편중’을 막고 가계가 주식을 단기 시세차익 수단이 아닌 장기 보유 자산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차장은 "주식시장이 가계 전반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