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단속’을 공약으로 앞세운 후보까지 등장하는 등 이주민 혐오에 바탕한 ‘선거 전략’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12·3 내란사태 이후 노골화된 ‘혐중 정서’에 기대어 유권자 불안을 자극해 이목을 끌기 위한 행태로 풀이된다. 지방선거 출마자의 이러한 전략은 사회적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강산 자유통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인공지능 감시 카메라로 불법체류자를 색출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그 밖에도 “자국민을 홀대하고 외국인을 우대하는 정책을 폐지하겠다”며 지방선거 외국인 선거권 부여 요건 강화,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중국인 토지 취득 제한 등을 공약했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정당이다.
이 후보처럼 노골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비슷한 주장은 주류 정치권에서도 선거철마다 이어졌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달 10일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연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를 그대로 노출한 직후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이주민 혐오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은혜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후보가 ‘국가 간 공정’을 언급하며 “경기도 내 외국인 부동산 소유와 투표권에서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12·3 내란사태 이후 보수정치권이 혐중 정서를 동원하며 이주민 사회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과거 보수 세력이 지지층을 결집하려 내세웠던 ‘북풍’, ‘총풍’ 몰이 대신 중국 혐오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들어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 요건을 현재(영주권 취득 이후 3년)보다 강화하거나, 선거 기간 온라인 댓글에 국적을 표시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이런 분위기가 이주민 유권자의 고립과 차별을 심화하고 지방선거 참여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통상 50%이지만 이주민 투표율은 10% 초반 수준이다. 김동훈 서울외국인주민센터 센터장은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자기 검열’ 때문인지, 아니면 억지 주장에 휩쓸리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 때문인지 몰라도 이주민 유권자들 사이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자들을 만나 정책 제언 등을 전달하자’는 분위기가 과거보다 덜하다”고 전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