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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백한 공범"(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명 정부의 6대 구조개혁 대상 중에서 '금융분야'에 대한 개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뼈 아픈 자기반성'으로 포문을 열며 금융 신용제도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특히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양극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을 '정조준'해 관련업권이 긴장하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 제도가 사실상의 '계급장'이 됐다며 현 제도의 허점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금융회사가 구조적으로 리스크(위험)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특히 개인의 돈 갚을 능력을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권별로 1금융권인 시중은행은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으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의무가 부여된 인터넷은행마저도 '체리피커'가 됐다고 했다. 비과세 혜택 지원을 받는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도 시사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금융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뼈 때리는 지적"이라는 공감과 함께 "알고 있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과제"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로 구분되는 '양극단'의 시장에서 정작 중저신용자가 신용도에 적합한 대우를 받지 못한채 배제되는 문제에 대한 공감도가 가장 높았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상위 50% 이상의 고신용자의 경우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4.9%~5.0%에 몰려 있는 반면 하위 20~50% 미만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이보다 가파르게 올라 연 5.4%~10.7%로 형성돼 있다. 고신용자 대비 많게는 2배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위 20% 미만은 평균 연 13%대 이상에서 최고금리 연 20%에 바짝 몰려 있는 실정이다. 중저신용자에 대출 수요가 몰렸지만, 대출금리는 고신용자 대비 '절벽' 만큼 가파르게 높게 형성돼 있다.
김 실장은 신용이 '흐르는 강물' 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끊어진 사다리'가 되면서 "신용점수 1점 차이로 1금융권의 문턱과 고금리 시장의 경계가 갈리는 문제"를 지적한다. 금융회사가 과거의 신용정보(데이터)에 의존해 '돈 갚을 능력'인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금리 단층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 저축은행 등 민간금융회사의 중금리대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중신용자 중심으로 사잇돌대출 금리를 최대 5.4%P(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대출 한도규제를 받지 않는 1000만원 한도의 신용대출도 곧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는 금융구조를 바꿀만큼의 개혁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김 실장이 금융구조 개혁을 SNS에서 재차 언급한 만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 구조개혁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김 실장이 시중은행을 겨냥,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을 언급했다. '중저신용자 의무대출'을 인가조건으로 받았던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면허에 따른 책임'을 강조했고 상호금융(서민금융기관으로 지칭)은 '비과세 혜택과 지원'이란 민감한 주제도 꺼냈다.
일각에선 회의론도 제기된다. '채찍' 위주의 금융구조 개혁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김 실장이 '자기고백'을 했지만 금융당국자로서 그간 금리단층과 신용평가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 실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관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