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경북 일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 피해 이재민 3명 가운데 1명 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민 10명 가운데 8명은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맡아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오상훈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일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학림원(NAMOK)이 주최한 ’산불 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영향조사 및 대응체계 연구 포럼’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행사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렸다.
연구팀은 산불 발생 11개월 뒤인 올해 2월 피해지역인 안동시와 의성군 주민 각 200명씩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평가했다. 조사 결과, 심각한 사고를 겪은 뒤 나타나는 불안 장애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은 설문 대상의 34.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대로 보면, 65살 미만이 42.4%로 가장 높았고 75살 이상은 29.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울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각각 24%와 16.25%에 이르렀다.
산불 발생 이후 지난 1년 간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도 63.8%(‘나쁨’ 55%, ‘매우 나쁨’ 8.8%,)에 달했다. 산불이 나기 1년 전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엔 부정적안 답변이 21%에 그쳤다. 특히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맡아도 불안하다는 주민이 82.5%(330명)나 됐다. 경보음이나 사이렌 소리에 불안하거나 작은 불빛만 봐도 긴장된다는 대답도 각각 58%, 50.2%에 이르렀다.
오 교수는 “재난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이재민의 심리적 후유증이 장기화하고 있다. 고위험군 선별과 집중 치료 체계를 유지하고, 중장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의 회복 역량을 높이는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3월22일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지로 삽시간에 번졌다. 화재 발생 149시간(약 7일) 만인 같은 달 28일 오후에야 주불 진화가 이뤄지면서, 주민 3500여명이 피해를 당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