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어린이ㆍ육아지원금 징수
공적 의료보험 체계에 비용 얹어
징수보다 세제혜택 통한 출산 장려가 효과적 평가

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도입한 ‘어린이·육아 지원금’ 징수를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 일본의 새 제도와 관련해 "사실상 독신세"라는 반발이 시작됐다. 독일과 프랑스ㆍ일부 동유럽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2일 로이터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해보면 사실상 무자녀세를 도입한 일본에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반발이 고조됐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하는 연대의 장치’로 설명한 반면, 국민 사이에서는 사실상 ‘저출산세’ 또는 ‘독신세’라는 반발이 거세졌다. 가구와 가구 사이, 나아가 계층 간 갈등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일본의 어린이·육아 지원제도 핵심은 별도 세목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공적 의료보험 체계에 비용을 얹어 징수하는 방식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가입자가 소득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추가로 부담한다. 이 과정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은 이 금액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본 정부는 1인당 평균 부담액을 월 500엔(약 460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득 구간에 따라 1000엔을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징수 방식이다. 세금이 아닌 보험료 형태로 부과하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증세’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실질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감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정부가 반발을 피하기 위해 세금을 보험료에 숨겼다”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혼자와 자녀가 없는 가구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원금 수혜는 아동이 있는 가구에 돌아간다. 그러나 재원 부담은 전 국민에게 고르게 분산되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당 제도를 ‘독신세’로 규정하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 중인 셈이다. “왜 남의 집 아이를 내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냉담하다. 일본 NHK가 성인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월 평균 500엔을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31%로 나타났다. ‘타당하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정책 취지 자체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징수 방식과 형평성 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유사한 논쟁은 다른 국가에서도 반복돼 왔다. 독일은 과거 공적 장기요양보험 제도에서 자녀가 없는 가입자에게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도 무자녀 가입자는 일정 수준의 추가 부담을 지고 있어 논란이 이어져왔다.
프랑스 역시 가족수당과 세제 혜택을 통해 출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온 대표적인 국가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추가 세금 부과 대신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액 공제와 현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루마니아 역시 한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무자녀세를 도입한 바 있다. 권위주의적 강제 정책이라는 논란 속에서 현재는 폐지됐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아시아 주요국은 독신세 대신 출산 장려를 목적으로 지원금과 세제 혜택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 사례를 보면 저출산 대응 정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재정 지출을 통해 자녀가 있는 가정을 지원, 다른 하나는 사회 전체에 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후자에 대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연대’와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사회는 지금, 출산을 둘러싼 비용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NHK는 이를 “증세와 복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 평가하면서도 "젊은 층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 장려를 위한 재원을 미래 부모 세대에게서 먼저 걷는 구조가 정책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