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지역구다. 정 전 실장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출마 선언문에서 “지금의 비상 상황에서 당과 보수의 재건을 위한 제 마지막 책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국회에서 의회주의를, 우리 진영을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염치없는 궤변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비상 상황’을 맞게 된 데에 정녕 자신의 책임이 없단 말인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국회 본청으로 특전사 요원들을 보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던 그 ‘내란의 밤’에 대통령 윤석열의 ‘최고 참모’ 정진석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가?
물론 정 전 실장이 12·3 내란을 공모했거나 실행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온 바 없다. 하지만 2025년 1월 직무정지 상태이던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나.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윤석열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야 할 무슨 이유가 있냐”며 초법적 관저 농성을 옹호했던 그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에는 대통령실 컴퓨터 1천여대를 초기화하라는 지시를 한 혐의로 지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25년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명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도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그가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주어지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며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니, 선출 공직을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받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비서실장을 맡아 보좌하던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황 아닌가. 자숙하고 참회하며 성실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게 순리다.
국민의힘은 1일 오후 인천 계양을과 경기 하남갑, 대구 달성, 광주 광산을 등의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를 공천했다. 공천자에는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이 포함됐지만, 정 전 실장이 출마한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공천이 보류됐다. 우려스러운 점은 공천을 총괄하는 박덕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태도다. 박 위원장은 정 전 실장과 사돈간으로, “재보선은 경선이 원칙”이라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계엄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추경호 전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에 공천한 것도 모자라, 호위무사와 최측근 비서실장에게까지 정치적 복권을 도모할 기회를 선사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6·3 지방선거를 ‘윤 어게인’ 선거로 치르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정진석 공천 배제’를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