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일수록 재취업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 고용률이 상승하는 외형적 성과 이면에 ‘돌봄’이 낙인인처럼 작용해 여성의 고용과 처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고용률 너머의 불평등: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 질적 격차 분석’을 보면, 고용의 질은 ‘남성→경력단절 없는 여성→경력단절 경험 여성’ 순으로 단계적으로 하락하는 구조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경험이 재취업 이후에도 노동조건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낙인 효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원자료를 바탕으로 15∼54살 및 19∼39살 임금노동자를 ‘남성, 경력단절이 없는 여성,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으로 구분한 뒤, 경력단절 이후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어떤 격차가 발생하는지 분석했다.
우선 고용규모 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5살 이상 취업자 비율을 보면, 남성은 70.9%, 여성은 55.6%로 15.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특히 여성 가운데 가족 관련 사유로 인한 경력단절 경험은 30~34살(9.1%)을 기점으로 급증해 40대 이후에는 27%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와 임금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일관되게 나타났다. 15~54살 임금노동자 가운데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면 경력단절 없는 여성 정규직의 임금은 78.1%였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정규직의 임금은 이보다 더 낮은 65.3% 수준으로, 남성 비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여성이 비정규직일 경우 임금 수준은 더 열악했다. 경력단절 없는 여성 비정규직(44.3%)과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비정규직(42.5%) 임금은 모두 남성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3명 중 1명은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그쳤다.
청년층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됐다. 19~39살 임금노동자 가운데 경력단절을 경험한 청년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36.2%로 남성(26.7%)보다 9.5%포인트 높았다. 정 연구위원은 “이들은 소규모 사업장과 단기 계약직에 편중돼있다”고 설명했다.
업종과 직종에서도 성별 분리가 뚜렷했다. 특히 여성은 경력단절을 경험한 뒤에는 사회복지서비스업과 조리·서비스·단순노무 직종으로 하향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동일 업종·직종 안에서도 남성→경력단절 없는 여성→경력단절 경험 여성 순으로 임금이 낮아지는 패턴도 일관되게 확인됐다. 업종·직종 분리와 업종·직종 내 임금 격차가 중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임금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인 것이다.
연구는 이 같은 격차가 육아·돌봄 책임이 특정 성별에 집중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돌봄’을 무가치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돌봄 패널티’가 실제 노동시장에서 작용함을 드러냈다.
정 연구위원은 “경력단절은 재취업 이후 고용의 질을 전면적으로 낮추는 구조적 사건”이라며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주로 저임금·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 역시 이들에게 집중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애주기적 접근과 법·제도의 실효성 강화, 성평등 노동의 실현을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