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축출한 아웅산수치 전 국가고문을 군사 감옥에서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고 미얀마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하지만 수치 쪽은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직을 내려놓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민아웅흘라잉이 30일 성명을 통해 “아웅산수치의 남은 형량을 지정 거주지에서 복역하는 것으로 감형했다”고 밝혔다. 현재 80살인 아웅산수치는 2021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수도 네피도의 군사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관영 매체는 아웅산수치가 군복을 입은 두 명의 군인과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킴 아리스는 비비시 방송과의 회견에서 “해당 사진은 2022년에 촬영된 것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실질적인 증거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독립적인 검증이나 직접적인 연락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웅산수치의 법률 대리인 역시 이번 가택연금 조처에 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아웅산수치는 2021년 군부가 민선 정부를 무너뜨린 이후 체포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삶을 이어왔다. 변호인단은 3년 넘게 그녀를 면회하지 못했고, 가족과의 연락도 2년 이상 끊긴 상태다. 킴 아리스는 지난 12월 비비시에 “수년째 어머니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2021년 5월 군사 법정에 출석한 장면이 외부에 공개된 유일한 모습이었다. 군부는 다양한 혐의를 적용해 그는 총 33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량은 수차례 감형됐다.
군부의 이번 조처는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아웅흘라잉은 자국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왔으며, 최근에는 무장 저항 세력을 상대로 잇따라 전장에서 승기를 잡으며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군부는 올해 초 명목상의 민주주의 정부를 출범시키는 선거를 실시하기도 했다. 아웅산수치가 관영 매체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군부가 그의 석방 등 신분에 추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