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서울·경기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이 경찰 수사 의뢰로 번졌다.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본격화된 2010년 이후 단일화 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수사기관으로까지 향한 것은 처음으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 모델이 시효를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한만중·강신만 예비후보는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화 과정을 주관한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의 경선 절차 관리 부정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투표 과정에서 불법적 행태와 부정의 흔적이 잇달아 드러났다”며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계획된 선거 조작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지난 22∼23일 추진위의 시민참여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현 서울시교육감인 정근식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시민참여단 투표 결과가 100% 반영되는 단일화 경선 투표는 애초 지난 17∼18일 예정됐으나, 모집 마감일에 시민참여단 신청자가 급증하고 참가비 대납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기됐다. 추진위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연기하고 대리 납부 자진신고·의심 대상자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대리 납부(852건), 연락처 오류(43건), 이름 오류·중복(72건) 등이 확인된 1132명의 신청을 제외하고 총 2만8516명의 시민참여단 투표로 경선을 진행했다.
두 후보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시민이 명단에서 제외되거나 온라인 투표 링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진위가 시민참여단을 전수 조사한 것이 아니라 10%가량만 표본 조사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인단을 선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개표 과정 참관 배제, 시민참여단 데이터베이스 삭제 의혹 등 경선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정 후보의 ‘진보 단일 후보’ 명칭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두 후보는 예비후보 자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는 이에 대해 특정 후보 지지자만 선별해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시민참여단을 추리는 과정도 후보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시민참여단의 개인 정보가 담긴 신청서는 선관위원 입회하에 삭제했지만, 선거인 명부와 투표 기록, 로그 데이터, 입금 내용 등은 보존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보수 진영에서도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가 서울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로 추대됐지만, 류수노 전 방송통신대 총장이 단일 후보 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론조사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순탄치 않다. 경기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구인 경기교육혁신연대는 지난 27일 단일 후보로 결정된 안민석 전 의원 쪽의 ‘선거인단 부정 모집’ 의혹을 수사 의뢰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안민석 전 의원이 경기교육감 단일 후보로 선정됐지만, 경선에서 패한 유은혜 전 장관 쪽이 안 전 의원 쪽이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원격 인증 및 대리 납부를 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교육혁신연대는 유 전 장관 쪽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수사 의뢰한 것과는 별개로 안 후보의 단일 후보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혀 유 전 장관 쪽의 반발이 거세다.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교육감 선거의 특징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정당 공천 없이 개인이 출마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교육감 후보는 과거 1년 동안 정당 당원이어서도 안 된다. 이에 진보와 보수 진영 시민단체 인사들이 각각 임의단체를 꾸려 단일화를 진행하고, 여기서 선출된 후보는 각 진영의 ‘단일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왔다. 단일화 결과에 불복한 후보가 독자 출마하더라도 법적으로 막을 수단은 없다. 국회의원·시도지사 등 정당 공천 선거에서 경선 탈락 후보는 같은 선거구에 등록할 수 없지만, 교육감 선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교육감 단일화가 초유의 불복과 수사 의뢰 사태로 번지면서 향후 선거에서는 기존과 같은 단일화 방식이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진보교육계 인사는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만큼 쉽게 승복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비방과 의혹 제기로 상호 신뢰가 훼손돼 향후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일화 기구가 꾸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