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이 대북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과 관련해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에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미측과) 직접 소통을 한 경우도 있고, 외교 채널, 저도 미국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저희는 ‘구성 (북한 핵시설) 발언’으로 생겨난 지금의 현상을 서로 소통을 통해 (미국과) 잘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어 “(대북정보 공유 제한 문제는 미국과) 약간의 인식차”라며 “정동영 장관은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이) 미국에서 온 정보하고는 무관하고, 오픈소스(공개된 정보)에서 취득한 것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미국은 자기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 단기간에 수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지역으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언급한 것 등을 문제 삼아 대북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정 장관은 “10년 전부터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전문가들이 (언급했고) 심지어 미국 의회 보고서에도 언급이 됐다”고 기밀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23일 “구성이라는 지명은 뉴스에도 나왔는데 어떻게 그것이 기밀이냐. 과연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가. 백해무익하다”고 말해다.
특히 정 장관이 미국의 대북정보 공유 제한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언급하면서 청와대 내 외교·안보라인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시의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적었다. 정 장관은 23일에도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대통령 말씀의 취지는 정 장관이 얘기한 게 미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전제 위에서 하는 주장과 논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다. 그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알아봐야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조치들이 있다. 지금은 진전이 꼭 있는 건 아니지만, 과정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어 “(이번 일이) 여야간 대결 소재로 증폭되고 있어서 우려된다”며 “(한미) 동맹을 관리하려면 정치 쟁점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해임 건의안 제출을 당론으로 추진하려 한다. 위 실장의 말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정보 유출 아니다’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고, 정치 쟁점화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위 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간 안보협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쿠팡은 양국 정부간 이슈가 되기에는 기업 간의 이슈가 많긴 한데, 결국 쿠팡의 문제가 한미간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그런 방향에 대한 연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쿠팡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고, 안보협상은 안보협상대로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또 “안보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고,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통상·안보 분야에 대한 ‘팩트시트’를 발표했지만, 핵추진잠수함 건설과 원자력협정 개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후속 협의는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위 실장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이 전시작권통제권을 한국으로 이양하는 목표연도를 2029년 1분기로 제시한 데 대해 “정부는 가급적 단기간 내 전환을 완료한다는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양측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8년을 전작권 전환 목표 시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2029년 1분기) 이전까지 해당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실장은 “브런슨 사령관의 얘기는 군사 지휘관으로서 주한 미군 사령관으로서의 자기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에, 군 사령관하고 다루는 문제라기보다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에 다루는 문제고, 조속한 전환을 바라는 우리 입장은 충분히 전달돼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