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상 한 병 세금만 2만7000원이 붙어요. 과연 그 돈을 내고 누가 사겠어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대규모 과세를 예고하면서 시장은 가격 인상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개정 담배사업법에 따라 24일 이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담배(액상담배)에 세금이 부과된다. 기존 재고는 인상 전 가격으로 팔 수 있지만 신규 제조물량부터는 소비자 가격이 2배 이상 뛸 전망이다. 액상 니코틴 세율은 mg당 약 1779원 수준. 정부가 향후 2년 동안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으나 여전히 부담은 크다. 액상 한 병(30mL)당 세금만 2만7000원가량 붙는다. 보통 2~3만원대에 사던 액상을 앞으로는 5~6만원을 주고 사야 한다는 뜻이다. 판매자들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2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종로 3가 인근의 한 전자담배 가게를 찾았다. ‘사재기’ 인파는커녕 매장 안은 썰렁했다. 가게 내부엔 24일부터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게 사장 김경수(가명, 47)씨는 손님들이 가격이 진짜 오르는지 묻기만 하고, 정작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재로선 사재기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당장 가격이 오르진 않으니, 시차를 두고 계속 액상담배를 필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각역의 베이핑숍(Vape shop) 사장 전규식(가명, 53) 씨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 씨는 “24일 이후 새로 생산·수입하는 제품부터 세금이 붙는다.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그 세금이 녹아든 물건이 들어오면 소비자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에서 2년 동안 세금을 50% 감면한다지만, 액상 한 병당 세금만 2만7000원 정도 붙는다”면서 “평소 2만~3만원이면 샀는데 앞으론 두 배 넘는 값이 되니, 손님들이 과연 그 돈을 내고 살까요?”라고 반문했다.
세금 부담은 제조사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 씨는 “세금 부담 때문에 액상제조사들이 당분간 물건을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제조사들도 세금 감수하고 만들었는데 정작 안 팔리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유해성 검사를 받은 제품만 유통하게 한다는데, 정부 지침도 아직 뒤죽박죽이라 확실한 게 없다”며 “공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재기도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액상담배 판매 소상공인들도 법의 테두리에 포함되는 것에는 찬성한다. 청소년 등에 대한 무분별한 판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전 씨는 “액상담배가 담배사업법 관리 체계로 들어가는 것은 찬성한다. 지금은 아무나 사업자등록 내고 자판기로도 파는데, 이런 무분별한 판매는 없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세금 문제는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니코틴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가 10배 이상 비싸다. 일부 큰 기기를 쓰는 분들은 하루 10mL씩 액상이 필요한데, 하루 세금만 2만원이 되니 밥값보다 비싼 세금을 내며 담배를 피울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액상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초 담배는 규격이 딱 정해져 있지만, 전자담배는 기기마다 액상 소모량이 다 다르다. 지금 같은 방식보다는 액상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고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흡연자들도 이번 과세 부과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엄영호(가명, 35)씨는 “가격이 오른다고 들었는데 미리 많이 사재기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정말 가격이 오르면 끊을 결심을 해야겠다”면서도 “(액상담배) 대체재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비슷한 맛의 궐련형 담배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미 제법 사재기 한 소비자도 만날 수 있었다. 허광수(가명, 34) 씨는 “사실 액상을 20만원어치를 미리 사뒀다”고 했다. 허 씨는 “이걸 다 피우면 무니코틴 액상으로 갈아탈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니코틴 액상은 이번 개정 담배사업법에서 빠져 과세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영길(가명, 33)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격 정보를 확인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씨는 “평소 액상 한통을 15일 정도 사용하는 편인데, 지금 10통 정도 쟁여놓은 상태”라고 하며 “주변 지인은 현재 40통 이상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