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이 미국 테라다인 로보틱스(덴마크 유니버설 로봇 모회사)가 중국 엘리트 로봇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 거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로봇 산업의 핵심 자산이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SW)에 있음을 업계에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판결의 효력은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인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 현장에서 침해 제품의 전시 중단과 부스 폐쇄라는 결과로 즉각 이어졌다.
법적 강제력은 독일 내로 한정되지만, 글로벌 박람회에서의 부스 폐쇄 조치로 인해 엘리트 로봇의 대외 신인도와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4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 법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엘리트 로봇이 유니버설 로봇(UR)의 독점 운영체제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핵심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해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해당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제품의 유통 및 판매를 즉각 금지한다는 판결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엘리트 로봇은 유럽과 북미에서 글로벌 1위 협동로봇 업체 UR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하던 신흥 강자였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유통 및 판매가 즉각 금지되며 사업 확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위인 두산로보틱스가 강력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엘리트 로봇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온 만큼, 경쟁사의 퇴출이 곧 기회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독자적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다져오고 있다.
회사는 그간 로봇 운영체제인 다트 스위트(Dart Suite)를 내세워 소프트웨어 자립화를 추진해 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해 온 상황이다.
지식재산권(IP) 리스크가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이러한 독자 노선이 탈(脫)중국을 검토하는 서구권 수요처들에게 기술적 신뢰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이같은 소프트웨어 자립화 노력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두산로보틱스는 제품 라인업 확대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 지출 등 영향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부진 속에 소프트웨어 자립화에 따른 매출 전환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독일 판결을 계기로 글로벌 선두 기업인 UR이 지식재산권 방어벽을 한층 강화한다면, 두산로보틱스 역시 견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단 해석도 나온다.
이번 가처분 결정이 본 재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법적으로 상존하지만 현재 테라다인이 확보한 증거력은 이를 상쇄할 만큼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UR의 운영체제인 폴리스코프(PolyScope) 소스코드 복제 정황과 더불어, 충돌 감지 및 비상 정지 등을 제어하는 핵심 안전 로직(Safety Logic)의 유사성을 근거로 엘리트 로봇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통상 독일의 가처분 결정 이후 정식 판결까지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법원의 판매 금지 명령 등 가처분 제재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밖에 없어 엘리트 로봇의 영업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엘리트 측이 즉각적인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자사 소스코드의 독창성을 증명하기 위한 전면적인 법적 공방을 준비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엘리트 로봇의 시장 공백을 안정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연쇄적인 법적 분쟁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술 보호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독일은 외관이나 조작 인터페이스의 유사성이 명백할 경우 기술 도용 가능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은 피해 기업이 상대방의 영업비밀인 설계도(소스코드)를 직접 확보해 침해 사실을 일일이 증명해내야 하는 등 입증 문턱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트 로봇이 소프트웨어 코드를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의 타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라고 짚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번 독일 판결은 로봇의 겉모습이나 UI만 명백히 비슷해도 적극적으로 권리를 보호해 준 사례”라면서 “하지만 국내는 기술 도용 의심이 들어도 피해 기업이 상대방의 소스코드를 직접 확보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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