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 시장, 그중에서도 가장 트렌드가 빠른 디저트업계에서 차분히 ‘벽돌(Brick)’을 쌓아올리는 남자가 있다. 벽돌 모양의 구움과자(휘낭시에)를 ‘서울 대표 선물용 디저트’로 정의하고 공항과 면세점을 점령,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중인 브릭샌드의 최고경영자(CEO) 조헌기 대표다. 10년간 대기업 건설사에서 현장을 누비고 건축 디자인을 담당했던 그는 이제 밀가루와 초콜릿으로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집 짓는 메커니즘으로 휘낭시에 굽다”
조 대표는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브릭샌드 팩토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서비스업자가 아닌 ‘제조업 기반의 브랜더’라고 정의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불확실한 디저트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건축가 특유의 창의적 시각이 한몫을 했다. 조 대표는 “막연히 제조업 브랜드를 해보고 싶었다. 노트북·핸드폰 등을 만들 순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커피와 디저트라면 저만의 스토리를 녹일 수 있겠다 싶었다”며 “3년을 준비해 저의 최대 장점인 ‘건축’에서 로고와 벽돌 모양 정체성을 꺼냈다”고 말했다. 그에게 베이킹은 또 다른 방식의 건축이다. 조 대표는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와 외장재로 건물을 짓듯, 매일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 초콜릿을 조합해 휘낭시에를 만든다. 업태만 바뀌었을 뿐 기본에 충실해야 결과물이 견고하다는 메커니즘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뚫은 ‘삼성맨 입소문’...기사회생 기회 만들어
브릭샌드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말,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일 때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1호점을 열었다. 하루에 5팀도 오지 않는 날이 허다했지만, 그는 10년 전 사업계획서에 적은 ‘한국의 오미야게(지역특산품 기념 과자)’란 목표를 되새기며 인내했다. 조 대표는 “일본의 오미야게 시장은 11조 원 규모다. ‘도쿄바나나’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디저트를 꿈꿨다”며 사업을 구상한 계기를 밝혔다. 팬데믹을 버티다 보니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재택근무에 지친 동탄 지역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하나둘 매장을 찾아온 것. 그는 ‘삼성맨의 팀 간식’으로 휘낭시에를 추천했다. 이후 20박스, 30박스씩 주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난 입소문이 브릭샌드를 살린 버팀목이 됐다.
◇트렌드는 쫓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두쫀쿠’, ‘버터떡’ 등 최근 디저트 시장은 ‘반짝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브릭샌드는 ‘월간브릭’ 프로젝트를 통해 감태, 의성마늘, 청양고추 등 한국적 식재료를 접목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묵묵히 걷고 있다. 사실 유행을 따를까말까 고민도 많았다. 조 대표는 “올 초 두쫀쿠가 폭발적으로 유행할 때 저희도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제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였다. 그는 “월간브릭은 30년 프로젝트”라며 “1년에 12개씩, 30년간 선보일 360여 개 제품 리스트를 이미 확보했다. 유행을 좇기보다 우리만의 변주를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세계免 통해 K디저트 영토 확장…“이제 세계로”브릭샌드의 시선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명동, 종각, 강남, 서울역 등 국내 주요 상권을 장악한 브릭샌드는 작년 7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입점, 같은 해 12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점에 잇달아 진출하며 면세채널 내 경쟁력을 증명했다. 까다로운 입점 조건을 따지는 면세업계가 브릭샌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조 대표는 특히 신세계면세점과의 협업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글로벌 브랜드로 가기 위한 마지막 접점이 면세점이고, 신세계 측에서 브릭샌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디자인과 패키지 구성 단계부터 긴밀하게 소통하며 서울 대표 선물용 디저트, ‘K기프트’의 격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의 외국인 소비자는 90%에 달한다. 오픈 이후 외국인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 브릭샌드 성장의 핵심 축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벽돌’이라는 현대적 상징물에 ‘태극기’와 ‘서울’이란 타이틀을 세련되게 입힌 패키지가 특히 인기다. 조 대표는 “신세계와의 성공적 안착을 바탕으로 현재 호주 파트너와 진출을 협의 중”이라며 “싱가포르, 대만을 거쳐 북미·유럽까지 진출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의 그가 그랬듯, 직장을 다니면서도 향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소양을 조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특별한 역량보다는 ‘현재의 본분’을 강조했다. 그는 “저 또한 건축 일을 소홀히 했다면 디저트 브랜드의 구조적 완성도 없었을 것”이라며 “하는 일은 달라져도 그 일은 하는 메커니즘은 결국 같은 원리”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직장 생활이든 사업이든 똑같이 힘들다”며 “다만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해 나만의 장점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잡기 힘들다. 지금 하는 걸 잘하면 뭘 하든 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내진 설계가 잘 된 건축물을 짓듯, 조 대표는 오늘도 묵묵히 브릭샌드의 100년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가 구운 벽돌 휘낭시에(브릭샌드) 하나하나에는 단순한 빵이 아닌 ‘오래 남는 브랜드’를 향한 설계자의 고집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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