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한 쿠팡의 로비 활동이 통상 현안을 넘어 한·미 동맹과 안보 이슈로까지 확대된 정황이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미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과 부통령실 등 행정부 핵심 권력까지 접촉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로비금액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3일(현지시각) 미 의회에 공시된 쿠팡 관련 로비 보고서를 보면, 쿠팡은 2026년 1분기 복수의 워싱턴 로비 회사를 통해 총 178만 5000달러(약 26억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쿠팡이 자체 신고한 인하우스 로비 지출만 109만 달러에 달하며, 여기에 밀러 스트래티지스(30만 달러), 발라드 파트너스(17만 달러), 컨티넨탈 스트래티지(7만 5000달러), 크로스로즈 스트래티지스(7만 달러), 모뉴먼트 어드보커시(6만 달러), 윌리엄스 앤 젠슨(2만 달러) 등 외부 로비 회사 6곳의 수임료가 더해진 수치다.
이는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 로비 지출 89만 5000달러와 비교해 99%, 사실상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직전 분기에는 쿠팡 인하우스(58만 달러), 아킨 검프(9만 달러), 밀러 스트래티지스(9만 달러), 컨티넨탈 스트래티지(7만 5천 달러), 모뉴먼트 어드보커시(6만 달러) 등 5개사가 로비를 수행했으나, 1분기 들어 발라드 파트너스, 크로스로즈 스트래티지스, 윌리엄스 앤 젠슨 3개사가 새로 합류하고 인하우스 지출도 대폭 늘었다.
다만 공시된 178만 5000달러는 법적 신고 의무가 있는 직접 로비 활동에 한정된 수치로, 전략 자문·메시지 개발 등 배후 컨설팅 비용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실제 대미 활동을 위한 총지출은 이보다 클 수 있다.
단순히 돈만 많이 쓴 것이 아니라 로비의 논리도 달라졌다. 2025년 4분기 보고서에서 밀러 스트래티지스는 “수출 촉진 관련 현안”이라고만 이슈를 기재했고, 동맹·한국 관련 표현은 없었다. 그러나 2026년 1분기 들어서는 크로스로즈 스트래티지스, 발라드 파트너스, 쿠팡 자체 인하우스 보고서가 일제히 “미국과 한국·대만·일본·영국·유럽연합(EU) 등 동맹국 간 경제·통상 유대 강화”라는 표현을 로비 이슈로 명기했다. 한국 정부의 행정·사법적 처분을 미국 기업 차별 및 동맹 문제로 재구성하는 전략이 조직적으로 구사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로비 접촉 대상도 의회 중심에서 행정부 핵심으로 대폭 확장됐다. 2025년 4분기 밀러 스트래티지스는 상무부·무역대표부(USTR)·국무부만 접촉 대상으로 기재했지만, 1분기에는 부통령실과 대통령실이 새로 추가됐다. 발라드 파트너스도 백악관 오피스를 접촉 대상으로 올렸고, 컨티넨탈 스트래티지 역시 대통령실을 포함했다. 쿠팡 자체 인하우스 보고서 무역 항목의 접촉 기관 목록에는 국가안보회의(NSC)까지 포함돼, 통상을 넘어 안보 채널까지 의제를 올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제이디 밴스 부통령도 지난 1월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쿠팡에 대한 차별 우려를 직접 언급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남에서 에둘러 쿠팡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로비스트 면면도 눈에 띈다. 발라드 파트너스 소속 마이카 케첼은 지난해 국가안보보좌관실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선임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백악관 안보 라인과의 접점을 갖고 있다. 컨티넨탈 스트래티지의 앨버토 마르티네스는 마코 루비오 현 국무장관의 전직 비서실장이다. 밀러 스트래티지스 소속 로비스트들도 대통령실 접촉 이력을 신고했다. 아킨 검프 보고서에는 켈리 앤 쇼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통상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