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광역의회 선거 최초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6·3 지방선거를 47일 앞두고 비로소 선거제도 개편안을 확정한 것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뗀 듯하지만, 거대 양당 중심의 승자독식 구도를 완화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기엔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는 이번 법 개정을 시작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정치개혁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획정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이날 가까스로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처음으로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 대비 10% 수준인 비례대표 비율을 14%로 높이고, 광역의회 선거 최초로 광주광역시 국회의원 지역구 4곳(동구남구갑·북구갑·북구을·광산구을)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것 등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또 기초의회 선거에 대한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지역을 2022년 선거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11곳에서 27곳으로 확대하기로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진보성향 원내 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합의한 ‘큰 틀’은 지킨 것이다.
다만 12·3 내란 사태 이후 ‘빛의 광장’에서 분출된 정치개혁 열망을 담아내기엔 미흡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통과된 정치개혁 입법안은, 중대선거구제로 전면 전환, 광역 비례대표 30%로 확대 등 진보성향 야당들의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광역의회 가운데 광주 4개 선거구에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4%포인트 높이는 수준으로 거대 양당 독점 구도를 깨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심 쓰듯 선거구 몇개, 의석 몇개를 고친다고 거대 양당 중심의 승자독식 선거 제도가 바뀌겠는가”(17일 여야 정개특위 합의 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라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런 결과는 ‘제1야당과 합의 없이 선거제도 개편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관례 때문에 정치개혁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의 동의를 얻어야 했던 탓일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심정으로 일단 한걸음 내디딘 데 의미를 두고 싶다. “기득권 야합”이라는 야 4당의 비판이 사실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28년 총선을 내다보며 정치개혁 입법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