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해협의 영구 개방을 촉구하면서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해협에서 방어적 국제 임무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호르무즈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화상 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두 정상은 회의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12개국 이상이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 방어 임무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 임무는 상선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기뢰 제거를 지원하는 엄격히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당사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무조건적으로 재개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이 기뢰 제거 및 해상 정보 역량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의회의 승인과 유엔 안보리 결의 같은 “확실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가능하다면 미국도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분쟁 당사국이 아닌 국가들 중심으로 임무를 구성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가 해군 전력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참가국들이 “각자의 역량에 따라 기여할 것”이라며, 안전한 통항 확보 방안은 지속적인 휴전 이후의 안보 상황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선박 운영자들이 해협을 통과할 때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이 필요하다”며 정보 제공, 기뢰 제거, 군사 호위, 연안국과의 통신 절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수반 30여명을 포함해 약 49개 국가와 2개 국제기구의 대표가 참석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직접 엘리제궁을 찾았고, 이란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불참했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회의 직전 이란 외무장관이 레바논 휴전에 발맞춰 휴전 기간 상선에 한해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개방된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해협 항행 재개를 촉구하려던 회의 방향이 다소 변경됐다. 스타머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일시 개방을 환영하면서도 이는 영구적이어야 한다면서 국제 임무 계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 노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한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이란이 차단한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으나 동맹국들은 파병에 응하지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통항을 위한 국제 연대를 주도하고 있지만, 다국적 임무는 전투가 멈춘 다음에 방어적 성격에 국한해 수행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끝났다”라며 “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로부터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들에게 그냥 자기들 배에 석유를 싣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했다. 그들은 필요할 때 아무 쓸모가 없었다. 종이호랑이였다!”라고 썼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시드하르트 카우샬 연구원은 상선 호위보다는 기뢰 제거와 해상 위협 경보 체계 구축이 현실적인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런 호위 임무에는 막대한 수의 함정이 필요한데, 어느 나라도 그런 여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가가 추가 자원을 제공할 여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