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의 뿌리이자 이승만의 친위 쿠데타로 재평가되는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강제해산 사건을 조사할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민특위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정의기억연대 등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반민특위 조사관 및 국회 프락치 사건 피해자 후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민특위 강제해체, 내란의 뿌리 이승만 친위쿠데타’ 국민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인 1949년 대통령 이승만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벌인 ‘6월 공세’의 하나로 반민특위 해산의 역사적 의미를 규정하고, 당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6월 공세’란 소장파 제헌의원들을 남로당 프락치 혐의로 검거한 ‘국회프락치 사건’과 이를 빌미로 한 1949년 6월6일 경찰의 반민특위 사무실 습격, 6월26일 김구 암살 사건을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 포괄적 과거청산을 위한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1기와 2기가 각각 2005년과 2020년 출범해 활동을 마쳤지만 ‘6월 공세’를 구성하는 각 사건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기 진실화해위에서 국회프락치 사건 관련 위법한 수사와 가혹행위, 가족 사찰 등 인권침해 사실을 규명한 정도였다.
‘반민특위 강제해체 진상규명, 1949년 6월 공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반헌법행위자열전 책임편집인)는 “국회프락치 사건, 반민특위 습격, 백범 김구 암살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나 권력 강화를 위한 친위쿠데타라는 점에서 뿌리가 하나”라며 “하나만 떼어서 진상규명 하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당시 200명의 제헌의원 중 6.5%인 13명을 구속·기소한 국회프락치 사건은 내란적 성격의 헌법기관 파괴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국회프락치 사건으로 제거된 국회의원 상당수가 반민특위 결성에 앞장섰다. 반민특위 무력화의 핵심은 국회프락치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구 암살 사건에 대해서는 “태생부터 남북협상을 거부하고 이긴다는 환상 아래 무력대결을 선호한 이승만 세력이 한반도 유일의 전쟁억지력이었던 백범의 존재를 말살한 것”이라고 했다.
‘반민특위 성립과 해체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한 박한용 역사학자는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역사의 상식과 도덕적 기초를 세우고 일제의 식민지 장기 지배로 각 분야에 뿌리박힌 파시즘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출범한 반민특위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이승만의 권력욕, 친일파의 생존전략, 분단과 좌우대결이라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와해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민특위의 최대 걸림돌은 취약한 권력기반을 굳히기 위해 강력한 반공 노선을 채택하고 친일파의 아성인 군·경찰·한민당에 의존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었다”고 했다.
‘1949년 반공 규율권력의 탄생 : 반민특위 해체, 국회프락치 사건, 국민보도연맹’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한 나종석 역사학자는 1949년의 세 사건으로 ‘권위적 반공국가’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전제한 뒤 “1949년에 벌어진 대한민국 잔혹극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기 위해 그 정점이었던 ‘반민특위 습격과 강제해체’의 전말을 규명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민특위 강제해체 진상규명 특별법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질 경우 조사대상으로는 △반민특위 습격 결정 과정과 국가 최고권력의 책임 범위 △압수된 반민특위 기록과 국가기록물의 행방 △반민특위 특별경찰대 및 관계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 △반민특위 습격과 국회프락치 사건의 연관성 △미국 정부 및 군사·정보기관의 인지와 대응 △특위 관계자들에 대한 사후 감시 규명 등을 짚었다. 아울러 국가의 공식사과와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민특위기념사업회는 이날 자료집을 통해 특별법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제1조에서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강제해체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여 은폐되거나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함으로써 역사 정의와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3명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반민특위 진상규명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초안 검토 결과를 발표한 임예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특별법안에 특별재심사유 조항 신설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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