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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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물체가 급증하며 사고 위험과 연료 소진으로 위성 수명이 단축되는 시대다. 자동차도 1910년대엔 사고가 나면 버렸지만 지금은 견인·수리가 보편화됐듯 우주에서도 같은 변화가 막 시작됐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우주산업을 설명할 때 이런 '자동차 비유'를 즐겨 쓴다. 그는 만 52세에 '늦깍이 창업'을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23년 간 국내 최초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 관제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행성탐사 기술 개발자, 위성 지상국 엔지니어, 우주쓰레기 연구자로 일했다. 2022년 학교로 자리를 옮긴 그는 2년 만에 다시 한번 인생의 항로를 틀어 경남 진주에 워커린스페이스를 세웠다.
창업 아이디어는 2007년 중국의 위성 격추 실험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중국이 지구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려 인공위성을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이런 사업 아이템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며 "우주쓰레기를 없애기보다 위성이 쓰레기가 되지 않게 오래 쓰는 게 우선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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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린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궤도상서비싱(On-Orbit Servicing·OOS) 및 우주 제조·조립·생산 전문기업이다. 쉽게 말해 우주 위 정비소다. 위성에 연료를 재급유하거나 고장 난 부품을 수리·교체하고, 수명이 끝난 위성을 끌어내려 폐기하는 등 우주에서의 '위성 AS'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사업의 골자다.
이런 사업을 구상한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우주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위성 고장 가능성이 커진 데다, 쓰레기를 피하는 기동 과정에서 연료 소모도 늘었다"며 "이런 이유로 우주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위성을 수리하는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세계 최초 궤도상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노스롭그루먼은 인텔샛 위성 수명을 5년 연장해주는 대가로 매년 190억원을 받는다"며 "수천억원짜리 위성을 살리는 데 수백억원은 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핵심 기술은 양팔형 로봇팔을 갖춘 다재능 로봇위성 '베로스'(VEROS)다. AI(인공지능)·디지털트윈 기술로 재급유, 수리·부품교체, 궤도견인, 검사를 하나의 로봇위성으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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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린스페이스는 세종시 집현동에 약 260평 규모 연구소를 열었고, 지난해 5월에는 국내 민간업체 중 처음으로 '3차원 미세중력 모사 지상시험시설'을 완공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비행모델(PFM) 제작에 착수, 2029년 상업 시범위성 '베로스 1호'를 완성하고, 우주 환경에서 실제 기술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워커린스페이스는 그동안 △한화시스템의 온실가스 초소형위성 개발사업 △한국자동차연구원의 행성탐사용 로버 구동부품 국산화 과제 △우주항공청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중기부 팁스와 딥테크 챌린지 △우주청 스페이스챌린지 재급유 기술개발 과제 등을 잇따라 수주했다. 지난해 5월에는 KT SAT와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런 기술력과 사업 확장은 탄탄한 경영진이 뒷받침하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백홍렬 기술고문(전 항우연 원장·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김동완 VP&CSO(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팀장) 등 경영진 모두 국방·우주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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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사 설립 후 투자유치 과정은 생소한 사업모델인 탓에 순탄치 않았다. 김 대표는 "2024년 5월부터 8월까지 석 달간 직원 없이 혼자, 진주에서 수업을 마친 뒤 가방을 메고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오가며 투자설명회(IR)를 돌았다"며 "발사체·큐브샛·초소형위성 데이터 가공 등 익숙한 아이템에는 투자자들이 반응했지만 30쪽짜리 IR 자료에서 서비싱 위성 한 대를 만드는 데 1000억원이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면 분위기가 바로 가라앉았다"고 떠올렸다. 초소형위성은 몇십억이면 되는데 갑자기 단위가 달라지니 다들 멈칫했다는 것이다.
3개월째 지쳐갈 무렵, 그는 시드 투자를 검토하던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정식 IR에 참석해 기대한 성과를 거뒀다. 그는 "라구나가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뜻인데 그날 투자가 안 됐으면 정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절박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중대형 VC(벤처캐피탈)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IMM인베스트먼트와 접촉했고, 미래에셋벤처투자·신한벤처투자·포스코기술투자가 뒤이어 합류해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누적 투자액은 110억원이다.
회사는 올 하반기 최소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8년엔 시리즈B, 2030년엔 IPO를 로드맵에 담았다. 이와 별도로 정부 R&D(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약 500억원 규모의 자금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워커린스페이스가 목표한 시장 전망은 밝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OOS(위성 수명연장을 위한 궤도상서비싱) 시장이 2032년 약 1.4조 달러(약 216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노스롭그루먼 위성이 집게 방식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위성에 휴머노이드 로봇팔 기술을 결합, 더욱 정교한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확신에 차서 시작한 일로 10년간 연구해온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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