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일 도하서 고위급 회담”…이란은 확인 안 해
한겨레
미국과 이란이 최근 이어진 상호 군사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백악관이 30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지난 17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뒤 양쪽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며 휴전이 흔들리자, 확전을 막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모양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과의) 고위급 회담을 위해 이번주 도하로 향할 예정”이라며 “양해각서에 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고위급 회담과 별도로 기술 (실무)회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28일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양쪽이 일단 물러서고 모든 물리적 공격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양국은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의제로 회담을 열 계획이었으나,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장소가 카타르 도하로 변경됐고 의제 역시 해협 통항 문제로 조정됐다.
이란은 29일 낮까지 회담 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이 “실무그룹의 기술 회의가 이번주에 예정돼 있지 않다”며 도하 실무회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회의를 요청했다. 내일 도하에서 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레빗 대변인이 인터뷰에 나와 도하 고위급 회담 소식을 전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이번 충돌의 핵심은 호르무즈해협 통항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해석 차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해협의 관리와 해상 교통의 완전한 복원은 전적으로 이란의 책임”이라며 “어떤 국가나 기관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나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양해각서에 따라 30일 이내에 해협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면서도, 이란의 통제를 벗어난 오만 연안 항로 등 별도의 항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은 관습 국제법 등에 따라 특정 국가가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수로에서 자유로운 통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의 이견은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이란이 오만 연안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과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의 원유를 운반하던 파나마 선적 유조선을 잇달아 공격하자, 미군은 보복 조처로 호르무즈 연안의 이란 레이더 시설, 통신망, 드론 및 미사일 보관소 등 군사 자산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 해군 5함대가 주둔 중인 바레인과 미 공군 기지가 있는 쿠웨이트를 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일시적으로 확전을 막을 수는 있지만,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둘러싼 근본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리처드 슈미어러 전 오만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 군사 행동을 통해 양해각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강경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30일 도하에서 열릴 회담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상황과 규칙을 얼마나 명확하게 매듭짓는지가 향후 사태 해결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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